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를 읽은지도 오래 되었고, 또 모든 시리즈를 다 읽은 것도 아니지만, 관 시리즈 특유의 그 분위기 - 그러니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한 건축가에 의해 기묘하게 지어진 저택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기기묘묘한 사건들이 만들어내는 음습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참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오랜 만에 만난 암흑관은 우선 두툼한 책 두께로 나를 사로잡았고,
고립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과거와 현재의 엇갈림, 한 가문의 기괴한 의식같은 매력 넘치는 요소뿐만 아니라,
허 리가 붙어있는 아름다운 샴 쌍동이 자매, 조루증에 걸린 어린 소년, 이들을 낳고 정신이 나가버린 어머니들, 누가 갇혀 있는지 알 수 없는 감옥, 기억을 잃어버린 누구, 기억을 잃어버린 또 누구, 기억을 잃어버린 또 또 누구 등등의 신비로운 등장 인물들과
이 모든 것의 배경이 되면서 동시에 중요한 하나의 등장인물로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암흑관 그 자체에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숨가쁘게 두꺼운 3권의 암흑관을 읽고 나자 마자 든 생각은.....
'엥? 이건 페어 플레이가 아니잖아!!'
하는 비통한 나의 외침이랄까... -_-^;;;
정 통추리소설(?), 본격추리소설(?), 신본격추리소설(?)...이러저러한 단어들이 품고 있는 의미들을 제대로 알고 있진 않지만, 아무래도 내게 있어서 이러한 단어들은 마치 '엘러리 퀸의 소설'이나 '아가사 여사의 소설들'처럼 쓰여지는 걸 말하는 걸거다. 그러니까 모든 걸 독자들에게 보이면서, '훗~, 한번 범인을 맞춰 보시게들~' 하는 작가의 거들먹거림같은 거나, '훗. 실은 이 사람의 알리바이는 여기서 요로코롬 깨지게 되어 있기 때문에 ~~~' 하는 탐정의 거들먹거림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에서야 밝혀지는 '가와미나미 다카아키'의 상황이 페어플레이가 아니라고 느낄 수밖에 없나 보다. 쳇.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깜짝 놀랄 만큼의 이상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탐정도 안 나오고 ...
암흑관을 이용한 눈 돌아가는 트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다시는 서술트릭에 속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궁시렁궁시렁.
읽는 것도 정말 힘들었는데
일본 소설 특유(?)의 도치문들..도치문..도치문...이해력 떨어지는 나로서는 몇 번이나 읽어야 그제야 누가 말하는 사람인지 이해가 되는 문장이 한 두개가 아닌데다..
그 수많은 말줄임표..제발 문장을 '~다.' 로 끝내달란 말이다!! 하고 외치고 싶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T_T
그리고 두꺼운 글씨체로 삽입된 또 다른 화자의 생각. (난 이 괄호의 화자가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다.-_-;;;)
자주 바뀌는 화자의 시점.
읽는 거..정말 힘들었다.
마지막을 놓고 본다면 좀 과장을 섞어 말해 굳이 추리소설이 아니라 환상 소설이라 불러도 그렇게 틀리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
물 론 현재와 과거, 이 사람과 저 사람의 시점과 관계 등의 균형은 참 잘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고(아무튼 작가가 8년이나 고생했다고 하니까. 그리고 이 균형이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암흑관이라는 소설 자체가 '무리한 설정' 이라는 한 마디로 정의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뭐라뭐라 해도 사실 아주 재밌다. 안 그랬으면 이 두꺼운 책을 쉬지 않고 읽을 수가 없는 거다.
하지만 예전에 보여줬던 저택 자체의 트릭(단순한 비밀문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을 기대하던 나로선 암흑관이 무겁고, 저 밑바닥에 가라앉은 보이지 않는 심연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 역할에 불과했기에 조금은 심심했던 관 시리즈였다.
덧붙여 주요 등장 인물인 '츄야' 의 정체를 알고 나니...이거, 가지고 있는 관 시리즈를 죄다 다시 읽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