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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연대기
약속
불량중년  2007/10/29 19:05
  '약속' 과 '사고' 의 두 단편이 실려있다.
약속은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이고, 사고는 우연히 작은 마을에 들어선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가의 다른 글은 읽어보지 않았다.
뒤렌마트는 원래 스위스가 낳은 세계적인 극작가이고 , 추리소설은 순전히 밥벌이를 위해 쓰여진 것들이긴 하지만 그것 역시 뒤렌마트의 이름을 알리는데 이바지했다고 뒤에 설명이 되어 있다. 전통적인 추리소설의 틀(여기서는 아슬아슬한 사건의 줄거리를 쫓아가며 뛰어난 능력의 수사관이 나타나 수수께끼를 풀고 범인을 잡아 독자들에게 영웅이 되는 그런 추리소설이라고 말한다.)을 깨려고 시도한 작가라고 한다.

전통을 깨는 것도 좋고,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것도 좋고, 이것이 추리소설인가 아닌가 고민하게 만드는 것도 좋고 다 좋은데, 내게는 이 두 단편이 그리 재밌게 읽히지 않았다. 그나마 '사고' 가 '약속'보다 낫긴 한데 개연성이라고 해야 하나? 허무맹랑하더라고 한편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 있는 그런 것. 나는 그러한 것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두 단편이 보여주는 형식도 그리 참신한 틀이라 할 수 없고.

'약속' 은 연쇄살인범을 찾기 위해 예정된 밝은 미래를 버리고, 오로지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방법까지 동원하지만, 결국 실패한 한 수사관의 이야기를 그의 상관이 회상하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수사관이 느끼는 심리적인 변화, 압박 등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상관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건데 그에 따른 흥미나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질질 끄는 듯한 분위기에 꽤 지루했다.
좋은 소재이고, 비극적인 결말도 어울리는데, 읽는 재미가 없으니 아쉽다.

'사고'는 자동차 고장으로 우연히 한 마을에 들린 남자가 여관 대신 머무른 저택에서 그 주인과 친구들이 벌이는 재판의 피고가 되어 먹고 마시고 하며 의도하지 않은 살인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는 이야기이다. 그 주인과 친구들은 그저 재미로, 마지막 남은 인생의 유흥에 불과한 일이었고, 남자도 먹고 마시고 충분히 즐겁게 보냈지만, 아침에 발견한 것은 그의 자살한 시체라는 거다.
대충 거기까진 좋았는데 남자의 자살은 아주 난감했다. 어떤 힌트도 주지 않고, 죄책감을 느끼거나 하는 그러한 한 마디도 없이 돌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너무 급작스럽고 쉬이 납득하기 힘들었다. 재판에서 돌연한 자살로 이르는 연결이 내겐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주인과 친구들이 사형을 집행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전형적이긴 해도.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이야기는 왠지 연극으로 봤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원래 극작가이기도 하고, 동일 공간 안에서 파티같은 재판을 여는 것이 딱 연극처럼 느껴졌다. 작가가 방송극으로 개작 발표도 했다고 한다.
'쥐덫' 을 연극으로 봤을 때 참 느낌이 남달랐는데 '사고' 도 분명 그러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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