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의 CSI 라는 말에 혹해서 샀는데, CSI 라 부르기엔 다소 과장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꽤나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중세 시대. 그러니까 12세기. 헨리 2세 때, 실종된 아이들의 시체가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사람들은 이것이 유대인의 짓이라 여기고, 왕은 소중한 돈줄인 유대인들을 지키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책의 주인공인 아델리아라고 부르는 여인이다. 아델리아의 본명이 제법 긴데 다 생략. :>
무엇보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바로바로바로 왕 헨리 2세.
많이 등장하진 않지만, 교활하고, 능청스럽고, 뻔뻔한 왕의 모습이 오히려 주인공보다 더 흥미로운 존재였다. 교황, 그러니까 종교의 지독한 간섭, 정치고 왕이고 뭐고 죄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그 때, 버둥버둥거리면서 종교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 했던 헨리 2세의 모습은 '오오...멋지구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소설이라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기사' 라는 낭만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중세라 하면 암흑의 시대고, 마녀 재판에 어쩌구저쩌구 하는 암울한 이미지를 풍겨주는데,
책에 나타난 중세의 시대는 물론 하느님, 더 자세히 말하자면 수녀나 목사들에게 쪼금이라도 밉보이면 그날로 제삿날이라는 건 변함없지만, 그리고 여자는 애 낳아주는 역할이나 남자를 즐겁게 해주는 역할이 대부분인 그러한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개성과 생기가 넘치는 살아있는 시대임을 즐겁게 느낄 수 있었다.
추리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추리 소설이라 하기엔 부족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의사를 여의사라 부르지 못하고,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의사로서의 천부적인 재질을 가진, 사랑에는 서툰 귀여운 여인 아델리아와 그녀의 동료들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그리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