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존재만으로 아이의 치유는 시작된다.
사랑만큼 잘 듣는 명약은 없으리라.
뇌전증 : 쉽게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경련을 일으키는 간질이라는 병이다.
뇌전증을 갖고 있는 첫째 아이와 한 살 어린 둘째를 키우는 엄마의 아주 솔직한 이야기다.
그녀의 쓰라린 그간의 받아들임과 인정, 두려움의 극복 과정이 고스란히 책에 담겨 있다.
책 속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졸업 때 첫 직장에 떨어지는 일 말고는 크게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더 받아들일 수 없는 본인의 현실이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동안 그녀의 원망 섞임 울부짖음이 마음이 아팠다.
누구보다 욕심 많고 똑 부러지는 엄마가- 엄마가 된 것도 모자라
뇌전증을 앓는 아이라니!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한번 경련이 일어나면 옆에서 붙잡아주고 산소호흡기를 대주고
아이를 최대한 빠르게 위험하지 않게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경련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특히 밤 시간 때 많은 경련이 일어나고...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잠을 자야 하는 시간에 경련을 일으키면 속절없이 뜬눈으로 두 사람이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냥 평범한 아이도 자다가 깨서 칭얼거리면 힘들고 밤중 수유한다고 수시로 깨서
잠 못 자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데 아픈 아이를 데리고 잠을 잘 수 없으니
얼마나 힘들까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더 아파왔다.
힘든 그녀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로 나름의 어려움을 극복하려 했다.
그랬기에 여기까지 왔지 않았을까 싶다.



누구는 쉽게 공감을 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읽는 내내 엄마의 원망이 두려움이 얼마나 크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점쟁이 퇴마사 스님 .. 온갖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별짓을 다해도 낫지 않았을 때..
아이의 치료법을 찾지 못했을 때의 그 절망감이 그 절박함이 전해져 왔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순간은 혹시 하는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렇게 했을 때.. 허탈하면서도 허무하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
전해졌다.
두려움을 이겨냈고, 감사를 선택했고...
아이의 병을 인정했다.
하고 싶은 거 많고 꿈도 많은 엄마이지만 아픈 아이의 엄마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대로를 사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으며
심장이 타들어가는 아픔을 겪어야 했을까..
그리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폭풍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 책이 어쩌면 그녀가 아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행복을 선택한 그 순간
첫발을 내딛는 첫걸음의 표시인지도 모르겠다.
그다음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
몇 년 후 아픈 아이가 훌쩍 자라 '저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라고 하며 또 다른 도전을 하며 지내고 있을 그녀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