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들고양이님의 서재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60년대에 이르는 역사를 배경으로 옥희와 옥희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접했을 때, 저자가 한국인인데, 한국어로 번역한 번역가가 따로 있는 번역 소설이라는 것이 의아했다. 저자의 의도와 옮긴이의 표현이 얼마나 일치하고 있을 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었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의 한국 이름을 저자가 옮긴이에게 직접 작명을 요청했고, 옮긴이가 주인공 Jade 는 옥희, 옥희의 친구 Lotus 는 연화, 연화의 언니 Luna 는 월향, 연화와 월향의 친모 Silver 는 은실로 옮겼다는데, 옮겨진 한국이름에서 옮긴이의 이 작품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옮긴이가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살렸고, 저자가 직접 한국어로 썼다해도 이보다 나을 수 없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만, 번역에서 특이하다고 느낀 것은 여성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그녀' 라는 단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 '그'이다. 성중립성 언어운동의 영향인 걸까. 암튼, 익숙치 않아서 읽다가 혼란을 겪곤했다.  


옥의 티랄까, 32페이지의 중간부에 야마다 '소위'는 야마다 '대위'의 오기로 보인다. 이 책에서 다른 오기는 발견하지 못해서, 이 것이 이 책에서 유일한 오기가 아닐까 싶다.​


일제 강점기의 한국이 아니여도 살아남기 위해 극단의 선택을 해야만하는 아이들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도 있어왔다. 이 소설은 일본이나 있는 자들을 비난하거나, 없는 자들의 편을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우연한 사건들이 인물들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축이 되어 주인공의 삶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은실의 은반지가 사냥꾼에게 전해졌을 때, 이 반지가 옥희의 손가락에 끼워지게 될 것을 상상하지 못했었다. 담뱃갑 하나도, 은반지 하나도 그들의 역할이 있었고, 옥희의 삶을 완성해주었다. ​


소설을 통해 옥희의 어린 모습, 젊은 모습, 늙은 모습 그리고 은실과 단이에서 옥희, 연화와 월향으로 세대를 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단이의 마지막 모습은 무엇보다 일용할 양식을 있고,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다면 그것이 더 바랄 것 없는 삶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정호가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장면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미꾸라지는 가롯 유다처럼 정호의 한 팔이였지만 밀고자 역할을 하고. 친일로 재산을 모은 성수는 독립운동가로 칭송 받으며 풀려나고, 독립투사는 도둑들과 같은 사형대에 오른다. 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어느 곳이나 사회는 부조리함을 품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읽혔다. 


그런데, 이 소설 제목에서의 야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아마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니까 일본인들의 잔인하고 혹독한 지배자의 모습이 야수같다는 것이 아닐까 싶었고, 첫 장을 읽을 때는 일본군이 멸종시켜 버린 호랑이를 자신의 영토을 지키는 야수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는 삶을 살아가려고 치열하게 애쓰는 이들의 모습이 바로 야수의 모습이였고 그들이 이 땅의 야수들이였다.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fungus02/222933761723​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