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시네아스트의 야망이자 나 자신의 야망은, 전통적으로 시나리오 작가에게 귀속된 작업까지 감당함으로써 자기 작품의 온전한 작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능함은 장점이나 자극이 되지 못하고 종종 불편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주제를 완전히 휘어잡고 아무에게도 설명할 필요 없이 그때그때 영감 혹은 필요에 따라 쳐내기도 하고 추가하는 작업은 사람을 취하게도 하지만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 편의가 함정이다. 자기가 쓴 텍스트라도 자기가 침범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안 되면 갈피를 못 잡게 되고 배우들도 감독을 따라 헤맨다. 혹은, 즉석에서 상황과 대사를 찍기로 했어도 ‘편집‘에서는 새로운 것과의 거리가 있어야 하고 글로 쓴 것의 독재는 영상으로 찍은 것의 독재로 대체되어야 할 것이다. 무작정 그때그때찍은 영상들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는 어떤 이야기에 맞게 영상을 구성하는 편이 쉽다. (8-9)- P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