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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BOOK적 BOOK적한 나날들
#책을 읽은 것은 아니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언컨대 이 영화는 내 선호쟝르는 아니다. 사전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았을 때,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 출연에도 불구하고 그리 흥미롭진 않았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작품이라 했을 땐, 응? 그럼 한번 볼까? 했다. 그의 전작들이 모두 쉽진 않았지만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의 주인공 디카프리오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연기의 신처럼 맡은 배역마다 훌륭하게 연기를 해내었지만 오스카와는 악연이었다.
심지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의 그의 연기는 내겐 ˝오스카를 꼭 거머쥐겠어!!!˝ 하는 것으로 보였다. 분명 그의 미모가 연기를 깎아먹고 있는 점도 있지만 연기에 대한 그의 과도한 열정이 거부감으로 다가오는 면도 분명 있었다. 그는 항상 너무 열심히 함으로써 너무 과한 느낌을 준다.
그런 그가 이냐리투 감독과 손잡았다. 이냐리투는 자신이 만든 영화의 주인공에게 오스카 상을 쥐어줄 수 있는 능력자다.
우리의 디카프리오에게 오스카의 영예가 주어질 것인가?
내가 영화를 보러 간 건 그 이유가 가장 컸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숨소리의 영화`다. 디카프리오는 대사의 거의 팔할 이상을 숨소리로 연기한다. 영화의 초반부터 그는 이야기 한다.
˝포기하면 안돼. 숨이 붙어 있는 한 싸워야 해.˝
사력을 다해 숨쉬려는 자. 그는 1800년대의 사람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사력을 다해 숨쉬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그의 숨소리는 끝내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고 절대 죽을 수 없다는 분노의 목소리다.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휴 글래스라는 인물은 모피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냥꾼 집단의 리더인데 인디언 포니족 여인과의 결혼에서 낳은 아들이 호크가 있다. 휴 글래스의 동료 사냥꾼인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이들 부자, 특히 호크에 대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 시기는 야만 대 문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백인 우월주의가 싹트던 시절이었다. 마침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은 터라 존 피츠제럴드로 대변되는 순혈주의 백인 마초 집단에 대한 묘사가 흥미로웠다. 그들은 인종적으로 우월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인디언들을 인간 이하로 생각한다. 사냥을 위해 사람들을 죽이고 여자들을 강간하고 원주민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야만인으로 몰아간다. 원주민의 피가 섞인 혼혈은 당연히 사회로부터 거부당한다.
다시 말하면 휴 글래스는 혼혈의 아들을 두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미국인도 인디언도 아닌 경계 밖의 인물이었고, 양쪽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진 리스의 소설에서 앙투아네트가 그들의 문명에 끼지 못하고 좌절해야 하는 운명이었다면, 휴 글래스는 끝까지 쫓아가서 복수하는 인물이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질수록, 그의 고난이 힘겨워질수록 그의 고통이 이제 그만 끝나기를 기원하게 되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복수에 대한 염원이 그를 다시 살려놓는다. 그의 싸움은 대자연과의 싸움이며 동시에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싸우라. 그러니 숨을 쉬라.˝
영화의 마지막에 그가 관객을 똑바로 응시하는 장면은 그가 숨쉬는 것을 똑똑히 보라는 의미로 들린다.
그리고 백인우월주의에 대항하는 그에게 숨을 쉬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가를 깨닫게 한다. 우연히도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와 이 작품의 시대가 비슷하다. 순혈주의, 백인 우월주의, 제국주의에 맞선 앙투아네트는 비록 날개가 꺾였지만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살아남았다. 복수는 신의 영역으로 넘겼다. 그렇지만 그는 살아남음으로써 그의 할 일을 다한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과연 오스카는 이번에 그에게 영광을 선물할 것인지 더 궁금해졌다.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댓글을 보았는데, 오스카는 이제 그만 그에게 상을 쥐어주고 그의 고통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영화를 보면 그의 연기에, 그것도 거의 대역없이 모든 부분을 연기해 낸 그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내 생각도 그렇다. 수상을 위해 연기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오스카는 이제 그에게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쥐어줘야 한다.
충분히 그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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