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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병률 시인의 시 「당신이라는 제국」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이 시는 사랑이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기억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이 정말 관계의 끝을 의미하는지, 시간이 지나면 남겨진 마음은 어떻게 변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이별 후에도 마음 한편에 누군가가 오래 남아 있는 분이라면 더욱 깊게 다가올 시입니다.

아래 시를 천천히 읽어보세요.



당신이라는 제국 - 이병률



이 계절 몇 사람이 온몸으로 헤어졌다고 하여 무덤을 차려야 하는 게 아니듯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찔렀다고 천막을 걷어치우고 끝내자는 것은 아닌데


봄날은 간다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인 나를 잊는다 하여 불이 꺼질까 아슬아슬해할 것도, 피의 사발을 비우고 다 말라갈 일만도 아니다 별이 몇 떨어지고 떨어진 별은 순식간에 삭고 그러는 것과 무관하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


상현은 하현에게 담을 넘자고 약속된 방향으로 가자 한다 말을 빼앗고 듣기를 빼앗고 소리를 빼앗으며 온몸을 숙여 하필이면 기억으로 기억으로 봄날은 간다


당신이, 달빛의 여운이 걷히는 사이 흥이 나고 흥이 나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러다 춤을 추고, 또 결국엔 울게 된다는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간곡하게 봄날은 간다


이웃집 물 트는 소리가 누가 가는 소리만 같다 종일 그 슬픔으로 흙은 곱고 중력은 햇빛을 받겠지만 남쪽으로 서른세걸음 봄날은 간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당신이라는 제국」은 한 사람과의 이별 이후에도 쉽게 끝나지 않는 기억과 사랑의 흔적을 독특한 언어로 풀어낸 시입니다.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당신'을 하나의 제국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은 그 사람이 화자의 마음속에서 단순한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뜻처럼 느껴지니까요.

오랫동안 머물렀고 많은 감정과 기억을 차지했으며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하나의 세계를 표현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에서는 【봄날은 간다】라는 문장이 반복됩니다.

봄은 아름답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데 꽃이 피고 계절이 지나가듯 사랑의 시간 역시 언젠가는 흘러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했던 시간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에서 계절의 변화는 사라지는 것과 남아 있는 것의 대비를 만들어냅니다.


시를 읽다보면 【기억으로 기억으로】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사람은 떠나도 기억은 남습니다.

함께했던 말, 표정, 목소리와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흐려질 수 있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별은 단순히 누군가가 떠나는 일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이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다시 살아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후반부에 이르면 화자는 슬픔 속에서도 노래하고 춤추고 결국 울게 되는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사랑의 감정은 한 가지 모습으로만 남지 않습니다.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슬픔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 속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봄날은 간다】가 반복됩니다.


계절은 계속 흘러갑니다.

사랑도, 이별도, 슬픔도 그대로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나간다고 해서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사람은 떠날 수 있지만 함께했던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별을 겪고 나면 우리는 빨리 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괜찮아져야 하고 아무렇지 않아야 하고 새로운 하루를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오래 기억하고 가끔 그리워하고 때로는 다시 아파하는 시간도 결국 이별을 지나가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사랑의 끝을 완전한 소멸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계절이 지나가듯 시간은 계속 흐르지만 그 사람과 함께했던 흔적은 내 안에 다른 모습으로 남게 되죠.

그래서 어쩌면 사랑이 끝난다는 것은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으면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말은 역시 【봄날은 간다】였습니다.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봄날이 결국 지나가듯 사람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이 떠나기도 하고 매일 나누던 대화가 어느 순간 멈추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평범했던 일상 속에서도 그 사람이 생각나고 별것 아닌 소리 하나에도 함께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럴 때는 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탓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시를 읽고 나면 꼭 잊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의 모양도 조금씩 달라질 테니까요.

지금의 아픈 기억이 언젠가는 조용한 추억이 될 수도 있고 그리움으로 남아 있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이 사랑의 끝이라면 너무 슬플 것 같단 생각도 드는데..

어쩌면 우리는 잊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아직도 마음속에 떠나보내지 못한 사람이 있으신가요?

오늘은 그냥 그 사람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아팠던 기억도, 행복했던 순간도 모두 나의 시간이었음을 인정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릅니다.


봄날은 갑니다. 하지만 봄이 지나갔다고 해서 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우리의 사랑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갔지만 사라지지는 않는 것.

끝났지만 나의 삶 어딘가에는 조용히 남아 있는 것.

오늘 이 시를 읽으며 그런 사랑을 생각해봅니다.




『당신이라는 제국』은 이병률 시인의 시로, 이별 이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사랑과 기억의 흔적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계절의 흐름을 통해 사랑과 이별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감정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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