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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를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짧은 시이지만, 이 작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내면의 동요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고독이 담겨 있습니다.

아침에 읽기엔 조금 쓸쓸하지만 그만큼 마음을 곧게 세워주는 시입니다.



바람이 불어 -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이 시는 바람이라는 자연 현상으로 시작합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알 수 없음은 곧 화자의 내면과 연결됩니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이 한 문장은 이 시의 중심입니다.

윤동주의 시 세계에서 괴로움은 대개 시대적 현실과 자기 성찰에서 비롯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사랑한 적도 없다.

시대를 위해 슬퍼한 적도 없다.

그런데 왜 괴로운가.


이 질문은 단순한 감정 고백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자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화자의 발은 반석과 언덕 위에 섭니다.

흔들리는 바람과 흐르는 강물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의지가 드러납니다.


괴로움은 이유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서 있으려는 태도, 그것이 이 시의 힘입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감정도 존재하는데 특히 괴로움은 거창한 이유에서 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금의 불안과 답답함이 꼭 분명한 이유를 가져야만 하는지.

분명한 건 흔들리는 세계 속에서도 우리는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 하나의 감상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운 날이 있습니다.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고 크게 잃은 것도 없는데 괜히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위로받는 이유는 시인조차 그랬다는 사실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통과했던 시인도 이유 없는 괴로움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강물이 흘러도 자신의 발을 단단히 두었습니다.


아침입니다.

혹시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마음을 스친다면 억지로 이유를 찾지 않아도 괜찮겠습니다.

그 대신 오늘 하루, 조용히 제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바람은 불어도 우리는 서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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