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방울의 그리움」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이 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조용히 깊게 마음에 스며드는지를 한 방울의 이미지로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한 방울의 그리움 - 이해인
마르지 않는
한 방울의
잉크빛 그리움이
오래 전부터
내 안에 출렁입니다
지우려 해도
다시 번져오는
이 그리움의 이름이
바로 당신임을
너무 일찍 알아 기쁜 것 같기도
너무 늦게 알아 슬픈 것 같기도
나는 분명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잘 모르듯이
내 마음도 잘 모름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한 방울의 그리움」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 가운데서도 사랑의 본질을 가장 조용한 언어로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이 시에서 그리움은 크고 요란한 감정이 아니라 마르지 않는 한 방울처럼 오래도록 마음 안에 남아 흔들리는 존재입니다.
[잉크빛 그리움]은 한 번 스며들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감정을 상징하며 지우려 할수록 번져오는 모습은 사랑이란 통제할 수 없는 감정임을 보여줍니다.
시의 후반부에서는 사랑하지만 잘 모르고 내 마음조차 잘 모른다는 고백이 이어집니다.
그녀는 이 시에서 사랑을 확신의 감정이 아니라 겸손한 질문의 상태로 그립니다.
그래서 이 시의 화자는 뭐랄까, 단정하지 않고 조심스럽습니다.
그 조심스러움이 이 시를 더 깊고 진실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시가 주는 메시지
그리움은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출렁입니다.
사랑은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누군가에게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이 시는 사랑이란 확신보다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고나면 누군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있었지만 그 감정의 이름을 이제야 알아차린 사람 말입니다.
너무 일찍 알아 기쁜 것 같기도 너무 늦게 알아 슬픈 것 같기도라는 구절은 사랑의 타이밍이 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이 시를 읽을 때면 마음이 조금 느려집니다.
서두르지 않고 감정을 단정하지 않고 그저 내 안에 출렁이는 한 방울을 가만히 바라보게 됩니다.
오늘 하루도 확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리움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