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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나

저자 : 캐서린 레이븐

출판사 : 북하우스

출간 : 2022.10.06

원제 : Fox and I: An Uncommon Friendship

장르 : 과학 > 동물과 식물 > 동물

키워드 : 간밤에읽은책, 여우와나, 캐서린레이븐, 동물에세이추천, 자연에세이, 힐링에세이, 야생동물에세이, 자연과공존, 감성책추천, 책추천



가까워지지 않기로 한 관계가 오히려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쳤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마음이었고 문장 사이사이 머무는 시간도 훨씬 길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여우와 인간의 특별한 만남에 시선이 갔다면 이번에는 그 둘 사이에 끝내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관계들이 있지 않나요?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가면 안 되는 것, 이해하려 애쓰되 소유하지 않기로 마음먹어야 하는 것들.

『여우와 나』는 바로 그 거리 위에서 조용히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야생이라는 이름의 선


이 책에서 여우는 끝내 길들여지지 않습니다.

저자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 선을 넘지 않으려 애씁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규칙이 있고 다정하지만 방심하지 않으며 친밀하지만 소유하지 않습니다.

여우를 기다리고 관찰하고 책을 읽어주면서도 저자는 늘 한 발 물러서 있습니다.

그 물러섬이 오히려 이 관계를 오래 지속시킨 이유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허물어도 된다고 믿어온 인간의 방식과는 정반대였으니까요.


야생은 인간의 감정에 맞춰주지 않습니다.

기다림에도 보상이 없고 애정에도 확답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 불확실함을 견디며 여우를 바라봅니다.

이 책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그 견딤에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교감이란, 이해하려 애쓰는 일


『여우와 나』를 다시 읽으며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은 교감은 친해지는 일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태도에 가깝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교감을 감정의 교환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 속 교감은 오히려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 데서 시작됩니다.

여우에게 인간의 언어를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대상으로 삼지 않는 태도 말입니다.

저자는 여우와의 만남을 통해 자연을 배웠다기보다 자신의 경계와 욕심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 과정이 이 책을 단순한 동물 에세이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묻는 자연 에세이로 만들어줍니다.



간밤에 읽은 책, 여우와 나


출간 당시에 책과 관련된 리뷰를 자세히 적었기에 오늘은 간단하게 느낀 점만 남겨봅니다.

책장 정리를 하다 우연히 손에 잡혀 다시 읽은 『여우와 나』는 예전보다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아도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다가가지 않음으로써 지켜지는 존중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과장 없이 보여줍니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우리는 얼마나 쉽게 선을 넘고 또 후회하는지 모릅니다.


문득 제 삶 속 관계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습니다.

혹시 너무 앞서가지는 않았는지, 상대의 속도를 기다려준 적은 있었는지 말입니다.

『여우와 나』는 읽고 나서 무언가를 결심하게 만드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조금 느려지고 싶어지는 책이라 할 수 있지요.

가까워지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에 대해 지켜야 할 거리의 의미에 대해 조용히 생각하게 합니다.




이 책을 추천합니다!


자연과 동물에 대한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

소유하지 않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

조용한 문장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분




『여우와 나』는 야생을 낭만화하지 않습니다.

그저 인간이 얼마나 쉽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존재인지를 담담히 보여줄 뿐입니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조금은 거리를 두고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을 천천히 펼쳐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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