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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보낸 여름방학 - 조인숙

장르 : 여행에세이 · 유럽여행

출판사 : 버튼티 (2016)

키워드 : 파리여행기, 프랑스 여행 에세이, 뤽상부르 공원, 아이와 파리여행, 파리 감성 에세이




파리의 여름은 화려함보다 일상 속의 작은 결들이 더 오래 남습니다.




■ 끌림의 이유


한해의 끝을 향해 달려가서 그런지 요새는 여행서가 먼저 손에 잡힙니다.

따뜻하게 내린 커피 한잔을 두고 가만히 앉아 책장을 넘기다 보면 다른 나라의 빛과 공기가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마음을 다독여주죠.


『파리에서 보낸 여름방학』을 다시 펼친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문득 파리와 관련된 책을 읽다가 예전에 이 책을 붙잡고 한동안 머물던 그 계절이 생각났습니다.

저자는 두 딸인 민소와 민유와 함께 파리에서 여름을 지냅니다.

학원이 일상이 된 도시가 아닌 그림을 그리고 천천히 걷고, 공원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파리의 삶!

그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숨이 길어지고 마음이 부드럽게 풀립니다.

특히 뤽상부르 공원 근처에서 보낸 일상은 여행이라기보다 삶이 잠시 달라지는 순간에 가깝습니다.

아침 햇빛 아래 펼쳐지는 커다란 창, 삐거덕거리는 낡은 마루, 세탁해 말린 린넨 냄새, 창틀에 스치는 바람의 결.

그 모든 풍경이 너무도 작고도 단단하게 마음을 눌러옵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파리의 화려한 랜드마크보다 아이들의 눈을 통과해 다시 태어난 파리가 담겨 있습니다.

책방, 카페, 공원, 언덕, 화방 등 어디든 천천히 보고 잠시 앉아 머물고 느린 걸음으로 감상할 수 있죠.

책을 읽다보면, 여행의 속도가 느려질 때 비로소 도시의 표정이 보인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게 됩니다.



■ 간밤의 단상


여름은 지치게 만드는 계절 중 하나죠.

입맛도 없고 마음도 눅눅해지고 몸과 생각이 동시에 늘어지게 만드니깐요.

그래서 책 속 파리로 떠나는 여행은 늘 여름의 안식처럼 다가왔습니다.

여름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책 중 하나였는데 근래 파리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겨울인데도 이 책이 퍼뜩 생각이 나 펼쳐보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오래 머문 장면은 저자와 아이들이 매일 아침 뤽상부르 공원으로 출근하듯 걸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여유지만 파리에서는 그저 평범한 하루의 한 장면일 뿐이죠.

아이들은 가방에 물감과 간식을 챙기고 엄마는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이건 마치 도시가 아니라 시간이 여행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어요.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장면은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 나탈리 레떼의 만남입니다.

"사물과 감정의 관찰자가 되세요.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행복해집니다."

그녀의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문장이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을 향한 저자의 애정 또한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부분입니다.

파리 여행자의 버킷리스트가 관광지가 아닌 서점이라는 사실이 더욱 좋았습니다.


문득 여행이란 결국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다른 결로 재배치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파리는 그 일을 참 자연스럽게 해내는 도시라는 점도요.

날은 춥지만 읽는 내내 여름의 기운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문장을 마음에 담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하니다.

"무게를 덜어내고 싶을 때, 나는 파리의 속도로 걸어봅니다."



■ 건넴의 대상


파리를 사랑하거나 언젠가 파리를 꿈꾸는 분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을 고민 중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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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보낸 여름방학』은 무거운 숨 사이로 파리의 바람을 살짝 들여놓는 책입니다.

당신의 계절에도 이 아름다운 느림이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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