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헤세, 카프카 등의 저서 12권을 골라 이야기를 풀었다. 단순 서평은 아니고, 책과 함께 삶을 이야기하고 싶단다.
저자가 인용한 12권의 저서로 이야기를 풀어보자.
조지 오웰의 말대로 '선량한 인간은 오직 죽은 자'인지 모른다. 모든 인간은 선과 악 어느 하나로만 규정할 수 없으니까.8 그래서일까, 오히려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사악한 인간들이 승리하는 경우도 많다.9 저마다 자신의 기준으로 진리를 말하며 그것에 집착하고 싸운다.10 또, 때로는 각자의 필요에 따라 영웅을 만들어 그 울타리에 갇혀살며 자신의 자유를 내던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5
문제는 모든 인간은 어느 조직에든 소속돼 살아간다는 점이다.3 그것이 인간의 숙명인데다, 모든 인간은 근원적으로 불안한 존재니까.7 그런데 만일 '내가 속한 조직'이 '나'와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답게 살기'를 바라는 나와 어딘가에 소속돼 다른 이에게 위로받고 싶어 하는 나가 충돌할 때 말이다.2 타인의 욕망이 나의 욕망으로 둔갑한 삶을 살거나 둔갑하게 내버려 두거나, 아니면 기꺼이 나의 욕망을 이루고자 수고스러움을 즐기며 살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생을 포기할 만큼 좌절하고, 누군가는 오히려 편하다며 애써 자위하며 살겠지만.
선과 악이 얽힌, 근원적으로 불안한 존재끼리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 어찌 우리 삶의 본질을 고통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삶은 때때로, 아니 사실은 자주, 가혹하리만큼 고통스럽다.1 그러나 우리를 더 절망스럽게 하는 건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신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인간으로서 나의 자존과 품격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6 또, 슬픔을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슬픔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충분히 슬퍼해야 한다.4 그저 먹고살기 위한 생존과 경쟁에서 벗어나 먼저 자기 자신을 돌봐야 한다. 자기 내면을 성찰하고 돌보며 채워나가는 일이야말로 세상을 향해 진실한 행동을 하기 위한 재출발점이니까.12 내면의 사유와 의지를 통해 외부 세계를 자기 자신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서로가 자기 이익을 넘어 초연한 사랑으로 대화할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11
Life is a fight. 삶은 싸움이다. 삶의 본질은 고통이다. 과연 무엇을 위한 싸움일까? 삶이란 자기 배려에서 출발해 외부 세계를 자기 자신 속으로 끌어들이는 '사랑'을 얻고, 유지하기 위한 힘든 싸움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은 그 싸움의 시간의 총합인지도 모른다. 더러는 그 싸움이 한없이 고통스럽고, 외로움에 절망을 맞닥뜨리게 하고, 나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슬프게도 그 순간은 자주 찾아온다. 희망이 생긴다고 해서 절망의 이유가 자동적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누구의 삶이든 희망과 절망은 교차하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이들이 저마다 각자의 시련을 견디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 싸움판에 뛰어든 나와 당신을 덜 외롭게 할지도 모르겠다.
1.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2.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3. 프란츠 카프카, 『성』
4. 롤랑 바르트, 『애도일기』
5. 루쉰, 『고사리를 캔 이야기』
6.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7. 프란츠 카프카, 『변신』
8. 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
9. 호메로스, 『일리아스』
10.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11.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12. 미셸 푸코, 『주체의 해석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