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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ang님의 서재
  • 밤 열두 시 나의 도시
  • 조기준
  • 12,420원 (10%690)
  • 2017-08-25
  • : 71

이 책을 쓴 조기준은 뮤지컬 배우였다가 글을 만지는 편집자도 됐다가 이제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꾼단다. 대체 몇 살이길래? 자그마치 불혹(不惑)이다. 좀 더 자세히는 불혹의 싱글이다. 지난여름 <막돼먹은 영애씨>의 작가 한설희의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로 40대 비혼 여성의 싱글라이프를 훔쳐본 뒤로, 같은 나잇대의 남성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읽었는데 40대의 삶이라고 30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갓집에 갈 일이 늘어나고, 불쑥불쑥 독거사의 공포가 엄습해오는 것만 빼면. 




똑같은 마흔이어도 기혼자의 삶은 미혼자의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같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기혼자로 사는 게 비혼자로 사는 것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고, 반대로 비혼자로 사는 게 기혼자로 사는 것보다 '낫다'고도 말할 수 없다. 각각의 경우 장단점이 있는 데다 무엇보다 둘은 우월을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그 두 가지를 대립 구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설희의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와 마찬가지로 조기준의 『밤 열두 시, 나의 도시』도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웃음과 솔직함을 무기로 자신의 처지를 옹호하거나 공감을 구한다. 




미혼이든 비혼이든 결국 예전보다 그 수가 훨씬 더 많아진 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당분간 이 추세는 계속될 거로 보인다. 결혼했든 안 했든 그건 그냥 개인 선택의 결과다. 안 하든 못 하든, 어쨌든 그 사람의 인생이고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뭘 그리 신경을 쓰나. 마찬가지로 비혼이든 미혼이든 당사자 역시도 남의 눈치 볼 필요 없다. 각자의 처지를 동정하거나 부러워할 게 아니라 출생률 감소에 따른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궁리하는 게 더 시급하다. 




40대의 이른바 '공감 에세이'는 결국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40대가 되어서도 결혼 안 하고 사는 처지'를 밝히고, 타인의 공감을 구하는 모든 것이 결국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소망'이 아닐까? 데카르트나 니체, 또는 칸트 역시 평생 독신이었다는 얘기를 가져올 필요조차 없었다. 타인이 자신의 삶을 영위해가는 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든 둘이어야 잘 사는 사람이든 '잘'만 살면 되는 것 아닌가. 사노 요코의 의사가 젊은 세대의 비혼에 우려를 표했을 때 그가 답하지 않았나. "세상이 좋아져 결혼 안 해도 살기 괜찮아진 것뿐"이라고. 




저자 조기준은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단다. 직장이 아니라 직업을 계속 바꾼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밤 열두 시'는 오늘이 내일이 되는 시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시점이라서 좋단다. 직업을 수차례 바꾼 거로도 모자라 여전히 많은 것을 꿈꾼다. 해외여행은커녕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자기 집에서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다 그가 사는 삶의 방식이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의 나이, 그의 말대로 '모든 일에 조심스러워지고, 모든 일에 쉽게 나서지 못하게 되는 그런 때를 관통(p. 118)'하면서도 여전히 꿈꿀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하다. 결혼을 못 했든, 안 한 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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