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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견만리 : 미래의 가치 편
  • KBS 명견만리 제작진
  • 14,220원 (10%790)
  • 2021-05-03
  • : 1,283

코로나가 발발한 이후에 나온 첫 <명견만리> 시리즈다. 이야기는 당연히 코로나 팬데믹에서 시작한다.

2021년 5월 기준 현재까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명 피해가 가장 큰 나라는 미국이다 (곧 다른 나라에 자리를 내어줄 것으로 보이지만). 실업률도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독일은 사정이 다르다. 독일 역시 재정 위기를 맞았지만, 재난지원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쿠어츠아르바이트라는 노동시간 단축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노동 시간을 줄이면서 급여도 줄였는데, 정부가 줄어든 급여를 지원했다. 이것은 대규모 실업 사태를 막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팬데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은 저소득층이다. 알다시피 그들은 언제나 가장 빨리 또 가장 쉽게 일자리를 잃는다. 코로나에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말이 과장이나 거짓이 아니다. 국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 도와보려 하지만, 단발성으로 지급하는 현금의 효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 국가라고 재난지원금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해서 지급하는 건 아니다. 당장 우리 형편에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일 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국면에서도 북서유럽 사람들이 삶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었던 것은 복지국가라는 튼튼한 안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과 미국이 재난지원금과 같은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복지제도가 보편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p. 27'




<명견만리: 미래의 가치>편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복지'에서 찾는다. 대전환의 시대를 헤쳐 나가려면 청년층부터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시급한 게 무너진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다. 사회 곳곳에 불신이 팽배하니 그걸 재구축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이때 발목을 잡는 게 있으니 '기후'다.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국'으로 불리는 마당이니 더 지체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를 네 가지 주제-대전환, 청년, 기후, 신뢰-로 풀어낸 게 바로 '미래의 가치'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기후다. 미술 시간에 환경 보호 포스터를 그리며 일회성 이벤트로 접근했다면 이젠 얘기가 다르다. 과학은 물론이고, 사회, 경제, 정치, 외교 시간에 가르쳐야 할 분야가 됐다. 일부만 관심을 갖던 이야기에서 모두의 이야기가 됐고, 먹고살기 위한 문제가 돼 버렸다. 기후 및 환경 이슈는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일인데다 무엇보다 이번 팬데믹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초미세먼지 오염 농도 1위로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자칫하면 2060년에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중국 다음으로 높고, 경제 피해도 상당할 거라고 경고한다. 최근 몇 년간 탄소 중립 캠페인이 현저히 늘어난 이유다.



2020년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이탈리아를 앞섰다고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소득은 늘었을지언정 복지 분야는 아직 많이 미흡하다. OECD 평균과 비교해 한국의 복지지출은 최하위권이다. 출산율은 낮고, 청년층은 점점 줄고, 노년층은 계속 늘고 있는데 설상가상 청년 실업마저 심각하다.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앞으로 크게 개선될 방법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명견만리가 본보기로 제시하는 나라는 북유럽이다. 특히 스웨덴과 덴마크. 덴마크는 '청년이 행복한 나라'고, 스웨덴은 '튼튼한 복지 국가'다. 다행스러우면서도 우려스러운 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복지 부문에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이 부담해야 할 몫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으니 복지 증대에 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리는 가가 관건이다.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걸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당장 본인이 부담해야 할 몫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껄적지근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 걷어간 세금을 "잘"이라도 쓰면 모르겠지만, 4대강 사업처럼 이래 버리고 저래 버리는 돈은 왜 이리도 많은지. 복지 국가에서는 세금이 의무가 아니라 연대라는 사고를 심는 건 좋지만, 그러려면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낭비하거나 또는 중간에서 가로채지는 않는지 잘 감시해야 할 것이다.


<명견만리: 미래의 가치>는 이전 편과 다르게 네 가지 주제가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된 게 특징이다. 네 가지 중에서 한두 가지만 열심히 노력한들 성과를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기후 문제가 대전환의 시대를 야기했고, 그에 따라 국가의 공적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커진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세대는 청년층이다. 그들이 목격한 불공정을 해소하고, 훼손된 신뢰를 복구하는 게 우선이다. 단지 그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들의 부모 세대와 그들의 미래 자녀 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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