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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가 개봉한 지 두 달도 채 채우지 못하고, 극장에서 나와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보통 극장 개봉에서 OTT로 넘어가는 홀드백 기간이 아무리 빨라도 석 달 정도는 되었는데, 7주 만에 OTT로 보게 된 것이다. 23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왕과 사는 남자>에 밀려 200만 관객을 넘지 못하자, 재빠르게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나름 적중해 국내에선 4월 첫째주 영화 순위 1위에 올랐다. 세계적으로는 80개 국가에서 톱10 진입에 성공했고, 20개 가까운 나라에서 1위에 올랐다.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전작인 <베를린>처럼 첩보물로 보여지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범죄물에 가깝다. 북한의 불법적인 '외화벌이'에 나선 국가보위성의 간부(박해준 역)가 러시아 범죄조직과 연계해 마약과 인신매매를 저지르고, 이에 맞서서 남한의 국정원 요원(조인성 역)이 활약을 벌이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더해 요원의 휴민트(인간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 역할을 하는 북한 여성(신세경 역)과 한때 이 여성과 연인이었던 보위성 소속의 활동요원(박정민 역) 간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그려진다.


류승완 감독은 <휴민트>를 통해 인간+정보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답하고 있다. 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는 이 시기에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또한 국가의 이익 앞에서 개인의 생명이 무시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튼 류승완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액션이다. 특히 타격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한다. 천만영화의 기세를 자랑하는 <범죄도시>의 액션은 카메라와 배우의 위치를 통한 트릭으로 주먹 한 방의 위력을 보여주는 반면, <휴민트>는 그야말로 진짜 얻어맞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타격감이 느껴진다. 이번 액션에도 이런 타격감이 살아 있다. 그럼에도 세 사람이 서로 총구를 겨누게 되는 장면 등 곳곳에서 클리셰가 느껴지는 부분은 아쉽다. 모든 장면이 새로울 수는 없겠지만, 이야기와 액션 장면의 일부가 너무 익숙한 모양새인 것은 살짝 실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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