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참외에 이어 오늘은 수박을 살펴봤다.

풀에 푹 파묻혀 수박이 열렸는지조차 확인이 어려울 지경이다. 뿌리를 내린 곳부터 차근차근 풀을 뽑아 나갔다.

그런데 수박 줄기를 조심조심 하며 근처 풀을 뽑아보니 수박잎이 하나도 없다. 이래서는 수박이 자라지도 못할 텐데...

마저 풀 정리를 하니 신기하게도 수박이 열린 근처의 가지에서는 수박잎이 서너 장 달려 있다. 그나마 수박에 양분을 공급할 최소한의 잎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 무척 궁금하다. 악조건 속에서 씨앗을 보존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인 것일까. 그래서 한정된 자원을 종족 보존에 쓰기 위해 잎을 스스로 떨군 것일까. 아니면 수박을 보존하기 위해 수박 근처의 잎에서만이라도 벌레를 쫓아내기 위한 어떤 특별한 냄새나 맛을 지니도록 했을까. 어찌됐건 자연의 신비로운 장면을 훔쳐본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겨우 수박 하나를 지켜낸다면 농사는 망하는 것. ㅜㅜ 얼른 풀을 정리하고 마른 땅에 물을 주었다. 수박을 수확하기 까지 일주일 가량 남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 기간이라도 물을 잘 주어서 잎이 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