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히 들려오는 총기 사건. 예전엔 군부대나 경찰서에서 사라진 또는 훔친 총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사제 총기가 문제로 등장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서 총기나 폭탄 제조가 가능해진 탓이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총기를 엄격하게 금지시켜 개인 화기 청정국가이기에 총기로 인한 사고는 거의 없다. 반면 마약 또한 그렇게 청정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어느새 점점 그 접촉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 총기도 점차 마약처럼 조금씩 조금씩 퍼져 나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완전한 기우로 보여지지 않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트리거>는 이런 상상력을 전제로 대한민국에서 총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액션과 스릴러로 보여주고 있다. 총 10회로 각 회 당 40~50분 정도다. 김남길과 김영광이 주연으로 나섰다.
먼저 액션부터 살펴보면, <트리거> 속에서는 다양한 총기가 등장한다. 권총을 포함해 여러 국가의 역사적인 대표 자동 소총 등이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총기를 통해 액션이 펼쳐지지만, <존 윅>과 같은 화려함을 기대하면 실망만 커진다. 대부분 난사 수준의 액션이고, 김남길이 정제된 액션 장면을 보여주지만, 분량도 많지 않을뿐더러 이렇다 할 개성 있는 총기 액션은 보여주지 못한다. 오히려 김영광이 보여주는 자동차 추격신이 기대 이상이다.
스릴러 측면에서도 총기를 퍼뜨린 범인이 다소 예측가능하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크지 않다. 다만 총기를 받아든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지를 지켜보는 속에서 긴장감이 다소 고조된다. 이런 측면에서 스릴러 보다는 차라리 심리극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총이 갖는 특성은 누구에게나 힘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칼과 같은 재래식 무기는 그 무기를 다루기 위한 특별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신체 또한 갖추어야 한다. 즉 누구나 무기를 쥐고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어진 사람 만이 권력을 쥘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총은 신체적으로 약한 이들도, 훈련을 긴 시간 받지 않아도, 손에 들고 있는 순간 똑같은 살상력을 거머쥘 수 있다. 물론 이 살상력을 발휘하는 기술적 측면에서는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총은 거의 차별없이 평등하게 소유하는 이에게 막강한 힘을 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총의 무서운 측면이다. 그래서 평소 힘이 약해 숙이고 살아온 이들에게 총은 권력이 되고, 자제되어지지 않는 무소불위가 된다. 평등한 총으로 인해 무차별적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잠복하게 되는 것이다.-아이가 총을 들고 놀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트리거>는 자신이 억울하고 짓눌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총을 건넨다. 한 마디로 어떤 조직에서 약자들에게 총을 쥐어 권력 관계를 뒤집어 엎을 힘을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총이 전복의 힘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이 총마저 쥐어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트리거>는 이런 부분엔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는다. 세심함이 떨어지다 보니 총기 소유를 둘러싼 국민들의 찬반 논쟁을 표현하는 것도 수박 겉 핥기 수준에서 멈추고 있다. 깊은 논의를 보여줄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 놓고서는 발을 한 발 빼버리고 있다.
액션과 스릴러는 약하고, 심리극적 측면에서 살짝 흥미를 보여주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