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에 이어 폭염이다. 비바람을 피하고 더위를 이겨낼 실내를 찾는다. 밖은 위험하다. 문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당장 자연 속에 내몰린다면 생존을 장담하기도 쉽지 않다. 자연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자연에 대한 환상도 강렬하다. 자연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에 대한 로망도 가득하다.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의 <맨 vs 와일드>는 12억 명이 시청할 정도다.
넷플릭스 시리즈 <언테임드>는 총 6화로, 각 화가 40~50분 정도로 시리즈 치고는 그리 길지 않다.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 국립공원의 연방요원으로 자연의 생태를 잘 알고 있는 베테랑이다. 시리즈의 첫 장면은 암벽등반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900미터 높이의 화강암 절벽 앨 캐피탄에서 시작한다.
두 명의 암벽등반가가 아슬아슬하게 앨 캐피탄을 오르고 있다. 암벽을 오르는 기술이 상당히 사실적이다. 베테랑이 다른 이를 가르치며 올라가던 도중 갑자기 위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떨어진다. 시체는 둘을 잇는 로프에 걸리면서 두 명의 등반가 또한 위기에 처한다. 클리프 행어나 미션 임파서블의 암벽 등반 보다 더 사실적이면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시리즈는 암벽등반이 아니라 이 떨어진 젊은 여자의 시체에 집중한다. 도대체 왜 이 여자는 앨 캐피탄에서 떨어진 것일까.
<언테임드>는 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 연방요원의 자연 속에서 흔적을 찾아가는 실력이 빛을 발한다. 이 요원의 짝꿍으로 LA에서 갓 요세미티로 온 경찰이 호흡을 맞춘다. 자연과 도시로 대변되는 두 인물의 호흡이 어떻게 틀어지고 맞아지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사건의 발단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뜻밖의 전개가 이어진다.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되어지고, 새로운 살인 사건도 발생한다. 이 사건들은 서로 연결되어진 듯 보인다. 마침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듯 보이지만, 마지막 반전을 남겨둔다.
<언테임드>는 요세미티라는 거대한 자연 풍광과 이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촘촘히 잘 짜여져 있다. 특히 자연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마주칠 수 있는 단서와 흔적들을 찾아 쫓아가는 장면들은 인상적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연에 대한 로망이 투사되어 마음을 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도 킬러로서의 재능과 사냥꾼으로서의 재능이 맞부딪히는 장면이 숨막히는 추격전을 만들어 냈다. 물론 영화는 두 재능이 모두 경험의 축적을 통해 이루어 낸 능력이지만, 결국 허무하게 바스러지는 모습을 담아내지만.
반면 <언테임드>는 제목이 뜻하는 야생적인 모습에 대한 로망이 가득하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던 전 LA 경찰은 이제 말을 타고 사슴 무리 사이를 지난다. 생존이 걸린 사투의 장이 아닌 공존과 모험이 가득한 자연이라는 로망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의 욕망이 사건을 만들어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