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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25년 6월 5일 맑음 11도~28도


열흘 가까이 비가 안 오고 있다. 옆 마을에만 해도 소나기가 쏟아지곤 했는데. 지하수량이 많지 않아서 물을 흠뻑 주지는 못하고 목마름이 가실 정도로 조금씩 블루베리에 주었다. 물을 주면서 살펴보니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블루베리 열매를 새들이 벌써 찾아와 쪼아 먹은 흔적들이 보인다. 블루베리가 익는 시기는 1주일 넘게 뒤로 늦춰졌는데, 새들이 찾아오는 시기는 1주일 더 빨라진 셈이다. 즉 2주 정도 새 피해가 빨리 시작된 셈이다. 



새들도 맛있는 것은 알아서 굵은 것들만 쪼아 먹는다. 또 쪼아 먹기 위해 열매에 앉는 바람에 발 자국이 열매에 남아 결국 한 개를 쪼아 먹더라도 두 개의 열매가 피해를 입는 꼴이 된다. 



방조망 이외에는 새 피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 하지만 방조망 설치에는 비용이 크게 들어가 주저하게 만든다. 또한 폭설이 내리게 되면 방조망도 주저앉아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올핸 회전하면서 반짝이는 물건과 소리를 내는 도구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태양광으로 충전이 되어 대여섯가지 소리를 내고, 바람이 불면 회전하는 바람개비 형식으로 빛을 반사하는 반사체가 달려 있다. 큰 효과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력감보다는 무엇인가 해 보았다는 마음의 충족을 위한 선택인 셈이다. 


이 도구를 설치하고 가만히 지켜보니, 갑자스러운 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새도 있는가 하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새들도 있다. 완전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고 실질적인 효과를 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셈이니 추가 비용없이 10% 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에 심리적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문제는 만족감과는 별도로 새가 더 먹기 전에 빨리 거두어 들어야 겠다는 조급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꾸 빨리 수확해야 겠다는 마음 탓에 완전히 익지 않은 열매를 따곤 한다. 하루 이틀 정도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그 사이에 새들이 쪼아먹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급함을 부른다. 내가 다 차지하겠다는 욕심이 달디 단 블루베리가 아닌 신 맛 가득한 블루베리를 따게 만든 것이다. 


기다리자. 새가 다 먹는 것이 아니라면, 새들에게도 조금 나누어 준 셈 치고 기다리자. 완숙을 위해서는 조급함을 버리고 느긋함과 지긋함을 지녀야 함을 새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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