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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1. 넷플릭스 시리즈 <거의 평범한 가족>. 스웬덴. 6부작. 청불. 2023년. 범죄. 스릴러. 2023년 11월 공개. 마티아스 에드바르드손 2018년 동명 원작 소설. 35개국 55만부 판매됨. 뉴욕타임스 선정 올여름 최고의 스릴러. 2021 프랑스 추리소설 문학상 수상작. 부모는 자식을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까. ★★★☆  7점/10점

  

2. 아버지는 목사인 아담. 어머니는 변호사인 울리카. 외동딸 스텔라는 행복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핸드볼부 합숙 훈련 기간 중 코치로부터 성폭력을 당한다. '얼어붙은 공포'로 인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울리카는 딸의 불행을 알게 되지만, 법적으로 승산이 없어 그냥 넘어가기로 결정한다. 오히려 입방아에 올라 딸의 일상이 무너질 것을 염려해서다.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테지만, 딸의 마음을 안아주지는 못했다. 아담 또한 딸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 18세가 된 스텔라는 과거를 잊은 것 마냥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느날 32세 사업가 크리스토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다소 마초적 경향을 지닌 평범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러다 크리스토퍼가 살해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과연 크리스토퍼를 죽인 사람은 스텔라였을까. 아담과 울리카는 스텔라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그리고 과거의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을까. 


3. "네 잘못이 아니야!" 

성폭력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음험함이 깃들어 있다. '그럴 만 하니까', 또는 '네가 잘 했으면'이라는 딱지를 갖다 붙인다. 성폭력이 일어난 원인을 제공했다는 날 선 음모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에게도 이런 음험함과 2차 폭력을 인지하는 시선이 생겼다.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날이 서 있지 않고 '네 잘못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피해자가 후유증으로 온전한 삶이 파괴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특히 피해자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부터의 응원이 절실하다. 

<거의 평범한 가족>에서는 아담과 울리카가 딸의 피해에 대해 울분과 분노를 토해내지만, 정녕 딸을 안아주는 데는 소홀했다. 그로 인해 알게 모르게 죄책감을 갖고 살아간다. 그것이 아담과 울리카의 삶을 갉아먹고 있는 것조차 모른 채 말이다. 이런 부모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다. 실은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 조차 불행인지도 모른다. 이들은 이번엔 스텔라에게 '네 잘못이 아니다'고 감싼다. 마치 지난 일을 보상하려는 듯 그 감쌈의 정도가 지나치다 할 정도다. 하지만 아이에게 부모는 신과 같은 존재다. 아담과 울리카는 한 때 무력한 신이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과연 부모는 신으로 돌아와 가족을 지켜낼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법과 제도의 벽 앞에서 돌아설 것인가.


4.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은 쉽지 않다. 신이라 여겼던 부모가 한낱(?) 인간임을 알게 된 순간 자식은 부모와의 소통을 저어한다. 비밀이 생겨나고 자신만의 방에 갇힌다. 부모는 자식에게 항상 열려있는 창처럼 행동하지만, 그 또한 자신의 삶과 생각이라는 집에 살고 있는 존재다. 자식을 향해 열려 있는 창이 어떨 때는 잠겨 있기도 하고, 어떨 때는 커튼이 쳐 있기도 하다. 소통은 투명하지 못하고, 주춤한다. 과연 부모와 자식은 어디까지 소통 가능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아니면 완전한 소통이 아님을 전제로 두루뭉술하게 오고 가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을까. 우리의 평범한 가족들이 실은 거의 평범한 가족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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