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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살이


1.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 대한민국. 122분. 스릴러. 25년 3월 21일 공개. 연상호 감독. 류준열, 신현빈 주연. 2022년 동명의 웹툰 원작. 연상호 글, 최규석 작화, 복잡하지 않고 깔끔해진 이야기. 아귀가 들어맞는 전개. 연상호 세계관에 자주 등장하는 죽음 이후의 활동체(좀비나 괴물 등) 등장없이 현실 속 인물들 만으로도 자신의 세계관을 이어가다. ★★★★ 8점/10점


2. 사명의 나라 교회 목사 성민찬(류준열). 어느날 아내로부터 자신의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낯선 남자와 함께 사라졌다는 전화를 받는다. 민찬은 교회에 들렀던 성범죄 전과자인 권양래가 생각나고, 그의 집으로 찾아간다. 한편 강력팀 형사 이연희(신현빈)는 과거 권양래의 범행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다시 복귀한 일선에서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다 권양래와 민찬을 맞닥뜨린다. 과연 실종 사건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3. '파레이돌리아'라는 현상이 있다. 모호한 형상이나 음원을 일정한 패턴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구름 모양 속에서 사람의 얼굴을 본다거나, 거꾸로 듣는 음악에서 기괴한 음성을 듣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인간은 위협에 대비하고 재빨리 반응함으로써 생존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위협을 간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패턴에 대한 인식이 있다. 패턴을 알면 예측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인식은 또한 뇌의 효율성을 높여주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덕분에 패턴 인식은 진화를 통해 강화되어져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패턴 인식이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그 오류 중의 하나가 바로 파레이돌리아다. 


4. 민찬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파레이돌리아 현상에 사로잡힌다. 예수의 얼굴 또는 신의 모습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환상에 빠지는 것이다. 자신이 행하는 행동이 신의 계시를 이루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잘못된 믿음이 사건을 아전인수 식으로 이끄는 것이다. 파레이돌리아적 인식에 아전인수식 해석이 더해져 자신의 욕망이 이끄는 행동이 신의 계시라고 믿는 광신도의 행태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의 현재 일부 종교집단이 보여주는 행태가 이와 꼭 닮아 있다. 욕망을 계시로 바꿔치기하고, 맹목적인 사람들은 그것이 정말 신의 계시인 양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폭력적 형태까지 드러낸다. 


5. 민찬은 벽면에 그려진 신의 얼굴을 닦아낸다. 그가 닦아내고자 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의 얼굴은 어느새 악마로 변해 간다. 그의 잘못된 인식은 신과 악마를 구분짓지 못한다. 파레이돌리아와 아전인수.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을 때 나타난 현상들. 대한민국의 위기는 현실을 현실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런 오류에 빠져들어가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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