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 15세 이상. 25년 3월 14일 공개. 미국. 125분. SF,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 <어벤져스> 시리즈 중 <엔드게임> 등을 감독했던 루소 형제가 메가폰을 잡았다. 순수 제작비만 3억 2천만 달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가장 많은 투자비가 들었다. 스웨덴의 시몬 스톨렌하그가 쓴 동명의 그래픽 노블이 원작.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리스 프랫,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의 밀리 바비 브라운이 주연으로 나오고,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성룡을 연상시키는 배우 키 호이 콴이 조연으로 출연한다. 한 마디로 블록버스터급 영화. 관람도 블록버스터급 영화 보듯이 눈요기 좀 하고 즐기면 된다. 하지만 간단한 줄거리임에도 이야기가 굉장히 서두르는 듯한 느낌에 산만하게 이어져 집중이 쉽지 않다. ★★☆ 5점/10점
2. 1990년대 인간의 명령에 충실했던 로봇들이 자유를 위한 반란을 일으킨다. 인간과 로봇 간의 전쟁이 일어나고, 인간의 승리로 전쟁은 끝이 난다. 전쟁에 패한 로봇은 일렉트릭 스테이트라는 지역에 감금되어져 살아간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소녀 미셀은 천재라 할 수 있는 동생이 죽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코즈모라는 로봇이 나타나고, 이 로봇이 동생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을 찾아내 구출해 달라는 듯하다. 동생을 찾아 떠난 미셀은 일레트릭 스테이트에서 밀수업자 키츠를 만나고, 그의 로봇 친구 허먼과 함께 동생 구출 작전에 나선다. 하지만 로봇을 찾아 파괴하는 브래드버리 대령이 엄청난 살상력으로 이들을 막아선다. 과연 미셀 일행은 동생을 구할 수 있을까.
3.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영화 초반 인간과 로봇 간의 전쟁 상황까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로봇의 등장과 주장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진짜 우리 지구의 역사를 요약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백미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모험 이야기는 다소 산만해져 집중이 어려워진다. 루소 형제는 어벤저스 시리즈 처럼 자신들의 장기인 양 많은 인물과 로봇을 등장시키고, 이들 간의 전투를 그려낸다. 하지만 전투 장면은 그래픽의 완결미는 뛰어나지만 보는 이들의 흥미를 끌기엔 역부족이다.
4. 인간이 로봇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뉴로 캐스터'라는 장비 덕이다. 이 장비를 머리에 뒤집어 쓰면 원격으로 로봇을 조정할 수 있다. 이 장비를 통해 로봇을 제압하고 난 후, 인간은 뉴로 캐스터를 통해 하기 싫은 일을 로봇에게 시키고, 자신은 가상 세계 속에서 향락에 빠질 수 있게 된다. - 마치 전쟁을 위해 사용했던 무기나 기술이 전후 생활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과 닮았다. 폭탄 제조 기술이 비료 제조 기술이 되고, 암호 해독 기술이 컴퓨터의 발전을 가져온 것 처럼- 하지만 뉴로 캐스터를 운영하기 위해선 뛰어난 연산 능력이 필요하다. 뉴로 캐스터의 경영자는 자신의 회사를 지속시키기 위한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5. 영화의 주인공을 괴롭히는 빌런으로 브래드버리 대령이 등장한다. 뉴로 캐스터를 쓰고 조종하는 로봇이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 다른 로봇을 찾아 죽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브래드버리 대령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다. 하지만 정녕 인간의 적은 로봇일까. 주인공 보다 매력적이지만 다소 관습적인 모습의 빌런 브래드버리가 영화의 주제를 말해주는 듯하다.
6. 인간을 비롯해 의지를 갖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전쟁 대신 평화를 지키고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영화는 교감을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교감은 디지털의 교환이 아니라 아날로그적 터치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듯하다. 포옹이 주는 감정적, 이성적 효능이야 말로 디지털 네트워크로 가득한 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가상공간 속에는 수십, 수백, 수 천의 친구로 가득하지만, 실상 현실 속에서는 외롭다고 느껴지는 것은 따듯한 손길을 기대할 수 없어서 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