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하루살이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공각기동대SAC2045>. 2020년 시즌 1 12화, 2022년 시즌2 12화 완결. 3D 애니메이션. 1편의 애매한 액션을 참고 넘기면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보다 정교해진 액션이 23편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24편 마무리는 너무 무책임하다. 그럼에도 22개 편의 재미에 흠뻑 빠질만하다. SF의 주된 관점 중 하나는 이 세계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 인간 없는 세상은 평화로울까. 인간이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게 각성하기를 바라본다. 8점/10점 ★★★★


2. 2002년 개봉한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 원조(?)는 나라는 자아가 기억 덩어리라는 깨우침을 주었다. 어떤 철학적, 인문학적 책 보다도 강렬하게 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었다. 나라는 것이 어떤 변하지 않는 정체성을 지닌 존재라기 보다는 쌓이고 쌓인 기억들의 총합임을 실감케 한 것이다. 조작된 기억을 갖게 된 A가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는 실제 자신이 행했던 것들의 총합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기억의 총합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 A가 생각하는 A와 타인이 생각하는 A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타인이 A의 존재를 각인시키려 해도 자신이 갖고 있는 기억의 A를 저버릴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의 기억이라는 것이 언제든 변형되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변하는 나 A란 있을 수 없게 된다. <공각기동대>는 개인적으로 기억으로서의 나에 대한 벼락같은 꺠우침이었다.   


3. <공각기동대>의 주인공은 사이보그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이다. 미래의 초고속 네트워크 사회에서 타인의 기억(생각)을 조작하고 변형시키는 해커 <인형사>를 제거하기 위해 공안 9과가 만들어지고, 임무에 뛰어든다. 

20년이 지나 새롭게 만들어진 <공각기동대SAC2045>는 해체되었던 공안 9과가 다시 만들어지고, '포스트 휴먼'이라는 존재를 찾아 범죄를 막는 이야기다. 인물은 동일하지만 이야기는 다르다. 


4. 미래 초고속 네트워크 사회에선 '전뇌화'가 가능하다. 나의 뇌를 정보화 시켜 전산시스템과 연결해서 초인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정신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몸뚱아리도 의체화가 가능하다. 쿠사나기 소령은 전뇌화 된 사이보그이자 의체화된 용병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전뇌화를 넘어서 슈퍼컴퓨터의 역량을 지닌 개체가 나타난다. 이들은 순식간에 총알의 궤적을 계산해서 피할 정도의 슈퍼맨들로 '포스트 휴먼'이라 불린다. 공안 9과는 '포스트 휴먼'의 존재를 파악하고 이들이 세계를 멸망시키려 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 


5.<공각기동대SAC2045>는 3D 애니메이션으로 1화에서는 다소 3D 웹 애니메이션이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차음 이 작화에 익숙해지면 정밀한 액션신에 감탄하게 된다. 배경 또한 뭉뚱그려진 표현이 없이 세밀해서 그야말로 볼 맛이 난다. 총격신은 물론이거니와 오토바이와 차량 추격신 등 액션장면이 눈에 띈다. 핵잠수함을 비롯해 다양한 무기 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커다란 재미이다. 


@@@@ 스포일러 주의

6.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일례로 공상과학에서 등장하는 질문 중 하나. AI에게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하라'고 명령하면 AI는 인류를 멸종시킬 것이라는 상상. 만약 AI가 이런 행동에 나선다면 인류는 AI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공각기동대SAC2045>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23편까지 차곡차곡 쌓아간다. 23편 마지막 부분의 장면은 눈물이 나올 것 마냥 아련하고 슬플 정도다. 그런데 마지막 편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의 결말은 미궁으로 빠져든다. 개인적으로 이 애니메이션의 결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열린 결말로 끝을 맺어버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