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漂麥 (표맥)
  • 관계의 비결
  • 박영규
  • 13,500원 (10%750)
  • 2017-09-15
  • : 37

사람과 인간. 같은 말이지만 느낌이 조금 다르게 와 닿는다. 사람의 발음은 '삶'의 연장선에서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삶은 사는 일이다.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곧 다른 사람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즉 개인의 삶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할 때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그래서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를 관계(關係)라 한다면 이게 쉽지 않다. 마음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 서로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엮어가기도 하지만, 자칫 관계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만남 자체가 개인의 악몽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운명까지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우리가 일생동안 경영하는 일의 70%가 사람과의 일이라던데, 어떻게 그 관계를 일구어야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사람과의 관계는 고르디우스 매듭과 유사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 순간의 감정이 한 순간에 풀릴 듯 풀리지 않는,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응어리로 남아 애증이 되고 원수가 된다. 누군가처럼 단칼에 끊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완벽한 지혜가 있다곤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선인들도 차고술금(借古述今)이라 하여 옛것을 빌어 현재를 풀어나가려고 하지 않았겠는가. 이번에 읽은 <관계의 비결 - 사기, 성공하는 관계를 말하다>도 그런 책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등장하는 선하고, 악하고, 의롭고, 간사하고, 복수열전, 쾌락탐구 등등 오만 인간 군상을 '관계'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독서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본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개념으로 풍성하게 서술한다는 것은 저자가 아주 많이 생각하고 준비했다는 것이라 느껴졌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고금의 변화에 통달"하고자 하였고, 저자는 이러한 사기에 담긴 수많은 역사적 인물 이야기를 11개의 테마로 나누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고민거리인 '관계'를 우회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1장 '천하를 얻은 관계의 달인'은 모든 환경과 조건이 불리했던 유방이 항우를 꺾고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프레임 이슈와, 장량·소하 등의 인재 활용 및 한신·팽월 등의 토사구팽도 모두 관계 설정의 문제로 풀어나간다. 이 외에도 성공한 2인자와 실패한 2인자, 득이 되거나 독이 되는 관계, 관계의 명암을 만드는 차이, 전세를 역전시키는 관계의 기술,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과 관계의 힘, 관계를 결정짓는 세 얼굴, 돌고 도는 관계의 비밀, 크게 얻는 관계의 기술, 미숙한 관계의 비극, 관계를 회복시키는 기술 등등을 서술하고 있다.

 

나의 삶과 견주어서 고개를 끄덕인 대목은 '받고자 하면 먼저 주어라', '후하게 주고 박하게 받아라', '가치 있는 것에는 아낌없이 투자해라', '튀는 사람을 따돌리지 마라' 등등 이었다. 그런데 관계에도 기술이 필요할까? 저자는 관계를 만들고, 지속시키고, 끊고 하는 일련의 행위들에는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며, 그 기술의 핵심은 관심과 배려, 정의로움이다.”라고 한다. 이 말을 뭉텅 거리면 관계의 기술이란 결국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안목을 바탕으로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절제된 처신을 하자는 건데... 안목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생겨나면 얼마나 좋겠냐만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했으며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고 했다. 그저 열린 사고와 여유로 이런 고전의 향기가 몸에 배이고 내 것이 되도록 안목을 키워보는 거다.

 

관심이 없으면 관계를 맺을 수 없으며, 배려가 없으면 관계를 지속시킬 수 없다. 나만 알고 내 실속만 차리는 사람과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익을 앞세워 관계를 맺고 끊으면 반드시 뒤탈이 생긴다. 관계를 맺고 끊는 기준은 이익이 아니라 정의로움이어야 한다. (6쪽)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쉽고 패배주의에 빠질 위험성도 높다. 그러나 이런 자존감이 모든 인간에서 그대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근거 없는 자존감은 허영심만 잔뜩 키워 현실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인식을 방해한다. (80쪽)

 

황제의 비위만 맞추고 아첨하다가 황제를 옳지 못한 곳으로 빠트려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국가의 녹을 먹는 관리들이 자기 한 몸만을 아끼고 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조정대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 아닌가? (140쪽)

 

법이란 천자와 천하 사람들에게 함께 적용되는 것입니다. 정위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법의 생명은 공평무사함에 있습니다. 제가 한쪽으로 치우치게 판결하면 천하에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모두 임의로 그 경중을 따질 것이므로 백성들이 한시도 편할 날이 없을 것입니다. (145쪽)

 


[오기]

89쪽 하단 : 유방의 결단을 ==> 한신의 결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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