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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다고Train Station*
  • 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 주호민
  • 27,000원 (10%1,500)
  • 2010-12-27
  • : 5,056

 * 

실은 일정 주기를 두고 조금씩 올라오는, 웹툰을 그다지 즐겨보지 않았는지라 

단행본으로 뚝딱 나온 책이 아니면 암만 좋은 평이 많아도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다가 만난 '신과 함께'. 친구로부터 덕춘이가 귀엽다는 문자와 함께 추천받아 

마음에 두고 있다가 별 생각없이 얼마 후 한참 연재 중인 걸 보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7일동안 조마조마해가며 다음편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이야기 진행되는 걸 보기를 더 좋아하는 지라 

한참 재밌게 읽으면서도 아, 이러다간 일주일 동안 끙끙 앓겠구나라는 생각에  

큰 맘먹고 저승편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겠구나 하던 차에 단행본으로 저승편  묶어서 나온다기에  

어 머, 이건 사야해! 외치면서 마침 똑 떨어진 돈 쥐어짜서 예약을 했다지요ㅠㅠ 

제목만 들었을 땐 천사나 악마가 나오는 서양식 판타지를 떠올렸었는데 

어머나, 웬걸. 구수한 한국식 지옥과 사신(저승차사)들이 나옵니다. 

이 사신들은 펑크룩을 입었다거나 사과를 광적으로 좋아한다거나 

뭐..뭐라고!?를 난발한다거나 날이 시퍼런 칼을 들고 싸우지 않습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신과 함께 속의 저승차사들은 평범한 샐러리맨에 가깝게 

그려집니다. 누군가가 죽으면 새벽에 운행되는 저승행 지하철을 타고  

무사히 혼을 배웅해준다거나 명부에 적힌 수명에 따라 살아있는 이의 영혼을 거둬간다거나 

이승을 배회하는 영혼이 있으면 찾아내어 저승으로 무사히 돌려 보내줍니다. 

묘하게 사무적이며 체계적인, 이들의 일하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차분합니다. 

말그대로 일상인거고, 해야하는 일을 하는 거죠. 그게 저승사자의 일이니까요. 

세상의 섭리와 균형을 위해 열심히 뛰는 이들에겐 '신과 함께' 속 이야기가  

그들이 해온 많은 일들 중 한 에피소드일 뿐, 저승편 세 권의 책을 다 읽은 것이 

모든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그저 작가님이 준비해오신 이야기 중 하나가 마무리되어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전 이승편을 기대하고 있죠:)

 

딴말이지만 이 와중에 사랑에 빠진 덕춘낭자의 사랑을 응원합니다ㅋㅋ

웹툰이라는 만화 형식 특성상 세로로 긴 형태의 원고가 익숙하여 

책으로 찍어냈을 때 다소 가독성이 떨어지기 쉬운데 

'신과 함께'는 전혀 어색하지 않아-오히려 모니터상으로 보던 내용을 책으로 

들고 읽다 보니 어물쩍 넘겨 읽은 내용도 꼼꼼히 읽기 좋더군요. 

이건 작가님의 원고 방식과 애니북스의 탁월한 편집실력의 훌륭한 조합으로 인해 

나온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ㅋㅋ 

단행본에만 추가적으로 실린 우리나라 지옥도와 그 해석, 

그리고 책 속에서 이 지옥도들이 어찌 활용되었는지 비교하며 읽는 것도 

제법 재미납니다. 다소 익숙하지 않은 옛날 그림들이 이젠 아기자기하고 

귀엽게 느껴져버리고 말았어요...ㅇ<-<

전 무교입니다. 딱히 신을 믿지도 않죠. 

하지만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알고 윤회사상이라거나 영혼이나 사후세계는 믿습니다. 

'신과 함께' 저승편은 살아있는 동안 남에게 베풀고 부모에게 효를 다하고 

죄를 짓지 말라는 메세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왜 그래야하는지를 말해줍니다. 

물론 저승엔 저런 지옥이나 천국이 있는지 다녀온 적이 없어서 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더 올바르게 만들 동기가 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특히나 제일 찡했던 부분은 저승에서 재판받고 있는 김자홍씨의  

부모님 흉골 엑스레이 사진이 나오는 이야기였죠. 

 

박힌 못은 뺄 수 있지만 그 구멍은 계속 남는 다는 것. 

명절에 전화로 죄송하다 말만하며 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힘들다하실때 

속마음 헤아려드리지 못하고 뭣보다 부모보다 먼저 떠나 부모님 가슴에 

상처만 잔뜩 남기는 장면과 함께 눈물이 나 가슴이 뭉클하면서  

부모님께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  

지난 월요일,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제 막 식을 마쳤습니다. 

앞으로 더는 만나뵙지 못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이젠 

더 새로워질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할아버지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들어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어리셨을 때부터 가정의 기둥이 되어 형제들을 보살펴 키우시던 할아버지. 

먼저 여의신 첫 아들과 남아있는 둘째 아들, 그리고 딸 넷을 두셨고  

바로 얼마전까지 혈액투석을 힘겹게 하시면서도  

정정한 모습과 좋은 말씀을 많이 남겨주셨던 할아버지. 

많이 베푸셨기 때문에 이젠 편찮으실 필요 없이 편안히 눈 감으셨을 거라 생각되어 

남아있는 자손들의 슬픔보다는, 적어도 할아버지의 행복함이 느껴져서

많이 울었지만 이상하게도 많이 슬프지 않으면서도 먹먹한 기분이 남았습니다. 

"신과 함께" 속 이야기들과 겹쳐 보여서 제법 위안이 되었습니다. 

 *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착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짓하지 않고 선함을 베풀면 언젠가는 그것이 배가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니까요.  

물질적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정신적으로, 그 어떤 것보다 바꿀 수 없는 

한 재산이 되어 마음이 부자가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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