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을 바르다
충격적이다, 또한 시원하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이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화장품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저자들의 생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지금 대한민국 여성들은 ‘환상을 바르고 있다’. 불혹을 넘은 나이에도 주름살 하나 없는 배우들의 속삭임, 아이 같은 우윳빛 피부를 자랑하는 서른의 탤런트의 유혹 앞에, 그 환상 앞에 기꺼이 우리의 지갑을 열고 있다. TV, 잡지, 인터넷에 넘쳐나는 광고들, 블로거들의 체험사례 속에서 우리는 환상에 취해 환상을 바르고 있다. 그러나 어쩌나, 저자들은 그 환상의 실체는 화학약품 덩어리라고 한다.
화장품의 본질 바로잡기
어린 시절부터 화장품을 사랑했다던 저자들이 직접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하고, 또 그 인연으로 화장품학을 전공하게 되면서 화장품에 대한 사랑은 새로운 방향을 잡게 된다. 비싸고 좋은 화장품을 취하고 바르던 그들은 이제 화장품의 환상에서 벗어나 비로소 화장품의 본질- 피부를 돕는 헬퍼의 역할-로 정위치 시킨다. 화장품은 주름을 쫙 펴고, 까만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의약품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모든 여성이 그들처럼 화장품학을 전공하여 공부할 수는 없는 터. 거대한 기업의 상술 속에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교함과 실체를 알고 싶지 않은 달콤함으로 무장한 화장품의 환상은 일반인들이 좀처럼 깨닫기 어렵다. 사실 읽는 독자는 확실하게 좋고 나쁜 화장품을 ‘어떤 회사의 어떤 브랜드’라고 콕 찝어 말해주면 좋겠지만, 그건 역시 상업자본주의 세상 속에서 어려운 일, 그래서 그들은 배운 자의 소명을 ‘화장품 성분 표시를 주목하라’는 조언으로 대신한다.
아는 것이 힘
책을 읽고 호기심에 여기저기 찾아본 화장품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역시 기분좋은 음악 속에 온갖 달콤한 유혹들이 난무할 뿐, 진짜 성분 표시를 한 곳은 서너 군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는 것은 힘.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을 읽고 난 후 화장품 선택에는 전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이 열렸다. 비록 나열된 화학약품의 성질과 함량을 다 알지는 못해도 책에서 간단하게나마 소개된 각 화장품의 핵심성분과 또 피해야할 유해물질을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화학약품의 이름이 너무 긴데다 홈페이지에 전성분표시를 하지 않는 브랜드가 대부분이라 매장에 가서 일일이 대조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고, 이 책에서 소개한 유해물질을 모두 피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암울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지만 말이다.
피부에, 착한 소비하기
이제, 화장대와 파우치를 정리하고 피부에 착한 소비를 할 때다. 먹을 것을 피부에 양보하라는 다정한 멘트도, 푸른 눈의 팔등신 몸매를 가진 모델의 우아함도 다 우리가 지불하는 환상이다. 피부는 먹을 것을 양보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먹을 것은 맛있게 먹고, ‘제대로 된’ 화장품을 ‘적당히’ 발라주기를 원한다. 수많은 점포를 가진 커피 회사가 우리나라 커피시장을 점령하고 있지만, 커피 농가를 생각하는 착한 소비가 소리 없이 퍼지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 몇 개만 찾아봐도 소비자들이 전에 없이 화장품 유통기한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거대자본과 맞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아 보이지만, 그 작은 물결이 서서히 퍼져나갈 것이라고, 작지만 강한 소비자의 힘을 믿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