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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튼
  • 마녀의 소녀 1
  • 김종일
  • 12,420원 (10%690)
  • 2020-06-05
  • : 4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 학교에서 당하는 은근한 따돌림. 그 와중에 여신처럼 예쁘고 나랑 친하게 지내주는 유일한 친구가 소원을 묻는다면?



이 소설은 소원을 이뤄주는 원숭이 손을 그 소재로 한다. 원숭이 손이 들어주는 소원은 정확히 이뤄지지만, 더불어 예측할 수 없는 대가를 낳는다. 우리가 익히 아는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손’의 소원이란 이런 것이다. 예를 들자면 회사에 가기가 싫어 하루종일 비를 내려주길 바란다고 치자. 원숭이 손가락이 하나 부러지고, 소원은 이루어진다. 대신 어딘가는 물이 사라져 가물게 되는 방식이다. 내 소원이 이루어지면 누군가는 그로 인한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이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피해를 대가로 한 탓일까, 그 마이너스적인 영향력은 고스란히 소원을 빈 본인에게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당사자는 뫼비우스와도 같은 대가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소설 『마녀의 소녀』의 진희는 원숭이 손과 같다. 진희가 들어주는 소원은 확실히 이뤄지지만 누군가의 피해를 상정한다. 주인공 나린이 아무 생각 없이 빌었던 ‘사랑이 이루어지면 좋겠어’는 짝사랑해왔던 동준의 고백과 동준의 여자친구였던 ‘혜정’의 죽음을 통해 성취된다. 그러나 소원을 들어주는 진희가 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손과 다른 점은 독자로서는 알 수 없는 진희만의 목적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설 속 마녀로 표상되는 진희는 그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린의 소원, 혜정의 소원, 동준의 소원 등을 거미줄처럼 얽혀낸다.



『마녀의 소녀』는 ‘학원 오컬트 로맨스’라는 분류에 걸맞게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학원물답게 학교를 배경으로 소설이 이루어지고, 진희와 진희가 소원을 이루어주는 기괴한 방식을 통해 본연의 오컬트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나린과 나린을 좋아하는 현민과 동준의 캐릭터, 이후 영혼째로 인형에 갇힌 혜정의 캐릭터가 이루는 사각 관계는 이 소설의 로맨스성을 확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 소설이 가장 매력적일 수 있는 지점은 계속해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 나린이다. 현민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비밀스런 캐릭터로 나린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구원자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지만, 나린은 수동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하는 주인공이 아니다. 자신을 괴롭혔던 혜정과 우정을 맺으며 스스로 진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펼친다. 혜정에게 염력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 그 스스로 초능력자가 되고 친구들과 유일한 가족 나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린에게 진희는 자연재해가 휘몰아치듯 거대한 재앙이지만, 나린은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마녀의 소녀』 1권을 덮은 참이다. 나린은 왜 진희의 타겟이 되었을까. 나린을 지키며 끊임없이 그 주변을 맴도는 현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형 안에 갇힌 혜정은 과연 풀려날 수 있을까. 10대의 소년소녀들을 덮친 이 기묘한 소원의 지옥은 과연 어떻게 끝나게 될까. 수많은 궁금증이 가득하다. 2권을 어서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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