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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인생
마키아벨리  2025/02/08 19:59
  • 태연한 인생
  • 은희경
  • 11,700원 (10%650)
  • 2012-06-11
  • : 4,753

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중국식 룰렛’으로 처음 접했고, 작가로서 완숙한 느낌이 듬뿍 나면서도 이야기가 재미있어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는 작품이 자주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 작가의 그 전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세계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있었지만 한 동안 접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태연한 인생’을 읽게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비밀 독서단이란 프로를 통해 작품의 플롯을 접하고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는데, 제목 ‘태연한 인생’과 관련있어 보이는 류의 부모의 이야기는 비교적 간략히 소개되고, 류의 전 남편인 작가 요셉의 이야기가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그의 이야기나 주변 상황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무척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잘난체 하지만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는 바람둥이 지식인의 모습은 어쩐지 자주 접한 듯하고, 뒷 이야기가 쉽게 연상되어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다.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공중전화 박스에서 애인과 통화를 하는 류의 어머니의 모습에 반해 그녀와 결혼하게 된 류의 아버지가 (내 생각으로는 자신의 무능력으로 인한 부끄러움과 류의 어머니의 냉담한 성격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는데) 가정에 관심을 잃게 되고, 바람을 피우다 결국 이혼당하고 마지막에는 자살까지 가게 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류의 어머니는 묵묵히 자신의 삶을 ‘태연하게’ 살아간다. 푸치니의 투란도트에 등장하는, 자신은 사람을 얻지 못하고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역할을 딸의 이름으로 정한 류의 아버지의 마음이 그런 의미였을까 궁금증이 든다. 또한 류를 사람했지만 역시 ‘태연하게 사는 삶’을 선택한 류에 의해 류의 아버지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면서 조금씩 파멸해 가는 요셉도 마음 속으로 그런 사랑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내용이라 생각되는데, 어차피 인간은 홀로 사는 외로운 존재이고 그의 삶을 정의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저자가 전달하는 것 같다.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삶을 정의하고 싶어했던 류의 아버지나 요셉은 파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의 의도나 의미하는 바를 완전히 이해했는 지는 자신 없지만, 흘미로운 독서였고, 은희경 작가의 작품은 좀 더 읽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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