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듣는 팟캐스트 YG와 JYP의 책걸상에 출연하여 한국문학 작품을 소개해주시는 박혜진 평론가의 영향으로 한국 문학 (주로 소설작품)을 나름 읽었고, 특히 조해진, 최은영, 김금희, 은희경, 김애란, 장류진, 편혜영, 정세랑, 조남주 작가 등은 신작 발간 소식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조경란 작가는 그 동안 잘 몰랐다가 1996년 제1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식빵 굽는 시간’이 ‘가족의 기원’과 함꼐 출간되어 읽어볼 기회를 가졌는데 그 동안 이 작가의 존재를 몰랐던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 이후로도 이상문학상, 김승옥 문학상 등을 수상한 문단의 중견작가이지만 등단한 첫해에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식빵 굽는 시간’도 무척 대단한 작품이었다.
평소 한국문학을 접하면서 스토리의 전개에 비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행동 등에 대한 묘사가 약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과는 달리 ‘식빵 굽는 시간’은 등장인물 들의 감정선이 풍부하면서도 작충화자의 주변 인물들이 주위를 떠나가면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허탈감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 11장 사과파이에서 사과파이를 만드는 레서피 한 줄한줄을 읽을 때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을 한줄씩 붙여 표현한 부분은 그 동안 읽은 한국작품 속 묘사 부분중에서 최고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단하였다. 주위 사람들을 행보하게 해 줄 수 있는 맛있는 간식인 사과파이를 만드는 레서피 한줄 한줄을 따라 가가면서 자신 주변인물들이 떠나거나 (버리거나) 외면당하는 속에서 느끼는 자신의 절망감과 슬픔이 레서피와 함께 정리되는 부분이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아프게 만드는데, 이 부분을 읽는 내내 정말로 훌륭하여 압도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은 소설의 형식을 빌은 수필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작중화자의 감정에 대한 묘사가 무척 많은 작품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스토리도 흥미롭다.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은 자신과 어쩐지 불편한 이모와의 관계,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연인과 연인의 여동생과의 애매한 관계 등. 첫 번째 관계에 대한 의문이 풀리면서 작중 화자의 태도와 심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결국 과거의 일은 과거로 돌리면서 새출발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이야기가 끝나게 되는데 새출발을 할 수 있는 힘을 그 동안 자신의 마음 속에서 짓누르는 여러 사연 때문에 제대로 해보지 못한 식빵 굽기에서 찾는다는 결말도 무척 만족스러웠다.
함께 구성되어 있는 ‘가족의 기원’은 ‘식빵 굽는 시간’보다는 임팩트가 약하지만, 같은 작중 화자의 이야기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야기의 분위기가 비슷한 점이 흥미로왔다.
앞으로 출간 소식을 모니터링해야할 좋은 작가를 발견하였다는 기쁨과 함꼐 조경란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