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꼭 읽고 싶지만 국내에서는 읽을 수 없었던 찰리 멍거의 ‘가난한 찰리의 연감’을 드디어 접하게 되었다. 최근 찰리 멍거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와 좋은 친분 관계를 맺었던 리루의 ‘문명, 현대화 그리고 가치투자와 중국’을 읽은 바 있어 그 책에서도 접했던 찰리 멍거의 따뜻한 인품과 뛰어난 승부사적 기질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접할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책 처음에서는 그와 가족의 삶에 대해 소개되는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그가 벤저민 플랭클린을 비롯한 뛰어난 인물들의 전기를 좋아하고 배우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가 시즈 캔디 75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말에 따르면, 올바른 사상을 지닌 사망한 위인들의 삶을 따라가며 그들과 친밀해지는 방식은 삶과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며 꾸준히 그들을 배웠다는 점이다.
투자에 대해서는 그가 워렘 버핏의 투자방식을 개선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아주 좋은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적당한 기업을 아주 좋은 가격에 사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투자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선택의 시기에서도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 훗날 후회하는 일 없이 찰리 멍거처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가 이러한 기준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으로 그가 매우 꼼꼼하면서도 사소한 세부 사항과 방해 요소를 무시한다(제거한다)는 점을 이 책에서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모든 일의 핵심에 집중하는 분석 태도를 그가 평생에 걸쳐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한 점이라고 책에서 소개하면서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뛰어난 분석능력을 키울 수 있던 배경을 그가 추천하는 책의 목록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총균쇠’, ‘이기적 유전자’, ‘다윈의 맹점’ 등이다. 리루가 ‘문명, 현대화 그리고 가치투자와 중국’에서 강조한 책의 목록과 겹치는 점도 흥미롭고, 개인적으로도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주는 좋은 책들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에 대해 그가 충고한 말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이 깊은 말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시장, 거시경제 또는 증권 애널리스트가 아니라 기업 애널리스트가 뒤어라
좋은 아이디어는 드물다. 성공 가능성이 클 때는 크게 베팅하라
투자 대상과 사랑에 빠지지 마라. 상황에 맞추고 기회를 추구하라
복리는 세계의 여덟 번째 불가사의다. 절대 불필요하게 복리를 중단시키지 마라.
모두 주옥같은 말이면서도 내가 개인적으로 투자를 할 때 가장 취약한 부분을 던드리는 말이라 무척 인상적이었다.
책의 마지막으로는 투자에 대한 그의 명강의를 수록한 내용이라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머리 속에 ‘모형‘을 갖추고 이 모형이라는 틀을 맞춰서 각자의 직간접적 경험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자유시장경제를 일종의 생태계로 보는 관점이 매우 유동하다는 점 등이 흥미로왔다. 이와 더불어 그나 워렌 버핏이 분석을 한 단계에 그치지 않고 다음까지 생각한다는 점도 놀라우면서도 꼭 배우고 싶은 식견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워렌 버핏이 기존보다 두 배나 많은 직물을 만들 수 있는 신형 방정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한 대답이나 현금 등록기의 개발에 따른 향후 시장의 변화 예측 등을 읽다 보면 그나 워렘 버핏이 얼마나 대단한 투자자인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또한 이러한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 이외에도, 젊은이들을 위해 더 현명해지려고 노력하라는 말과 유머 감각을 갖추고, 사랑으로 주위를 감싸라는 충고 등은 누구나 따르고 실천해야 할 말이라 생각한다.
투자의 대가가 되기 이전에 자신을 엄격하게 채찍질하면서 성장시키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따뜻함을 유지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본받고 싶은 분이었다는 생각을 계속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