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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하고 위험한 독서를 위해
  • 부지런한 사랑
  • 이슬아
  • 14,400원 (10%800)
  • 2020-10-21
  • : 5,202

우리를 구하는 꾸준한 사랑

 

“나는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궁금했다. 재능은 누군가를 훨씬 앞선 곳에서 혹은 훨씬 높은 곳에서 출발하게 만드는 듯했다. 재능이 있다면 더 열심히 쓸 참이었다. 만약 없다면 글쓰기 말고 다른 일을 열심히 해볼까 싶었다.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 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발버둥 쳤던 시기를 지나왔다. 대학에서 단편소설로 상을 받고 나서 들뜬 마음에 곧 굉장한 작품을 써낼 것처럼 작가가 될 거라고 떠들었고, 내로라하는 작법서를 교과서처럼 읽었다. 꾸준하게 쓰라는 말은 어떤 작가의 책을 읽던지 항상 맨 앞이나 맨 뒤를 차지했다. 작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계속 쓰는 사람만이 작가라고. 나는 그 말을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믿지 않았다. ‘당신들은 처음부터 잘 썼잖아?’ 이런 유치한 마음 때문이었다. 열등감과 질투심을 제어할 수 없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슬아 작가는 그런 면에서 대단한 사람이다. 그라고 해서 열등감과 질투심을 느끼지 않았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때 질투심이 향상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나 이슬아 작가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출판계의 세헤라자드, 이슬아 작가는 꾸준한 글쓰기로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그의 글을 읽는 사람들을 구한다. 나는 이 책을 읽었을 뿐인데 구해진 기분이 든다.

이슬아 작가의 시선을 따라 아이들이 글방에서 쓴 글을 읽고 있으면 내 최초의 글쓰기가 어땠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진다. 나는 그때 어떤 글을 썼을까. 그리고 지금은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슬아 작가의 《부지런한 사랑》은 그가 직접 밝혔듯 글쓰기와 사랑에 관한 책이다. 이 책에 이슬아 작가가 글쓰기를 정말 꾸준히, 담담하고도 치열하게 사랑해온 기록이 있다. 아이들의 글을 읽으며 그들과 호흡하고 자신의 글쓰기를 단련해온 그가 있다. 그리고 글로 만난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고 공감하는 이슬아 작가가 있다. 이슬아 작가는 그곳에서 연필을 쥐고 또박또박 글을 쓰고 후다닥 나가서 놀아버리는 아이들과 부지런하게 사랑하는 중이다. 부지런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 그렇게 세상을 사랑해버리는, 그렇게 세상을 구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세상에,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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