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안락하고 위험한 독서를 위해

세계는 만날 줄 몰랐고 만날 리 없는 것들이 만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했던가. 2006년에 쓰고, 2007년에 묶은 소설을, 2012년 봄 누군가가 녹음한파일로 듣고 있자니 어쩐지 오래전 멀리 부치고 잊어버린 편지를 돌려받은 기분이었다. 내가 나로부터답장을 받은 느낌. 그런데 그 외 나머지 말, 나머지기억, 나머지 내 봄, 내 어둠, 당신의 계절은 모두 어디 갔을까. 어쩌면 그것들은 영영 사라진 게 아니라라디오 전파처럼 에너지 형태로 세상 어딘가를 떠돌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다 드물게 주파수가 맞는누군가의 가슴에 무사히 안착하고, 어긋나고, 보다많은 경우 버려지고, 어느 때는 이렇게 최초 송출지로 돌아와 보낸 이의 이름을 다시 묻는 건지도.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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