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지를 읽다 보면 자신의 높은 안목을 내세우며 독자의 취향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훈계하는 톤의 칼럼을 종종 접한다. 그것이 잡지의 생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문장은 아직도 마음 깊은 곳을 찌른다. 하지만 그런 식의 비난이 적절한가? 많은 취향이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 같지만 사실 타협의 결과일 뿐이지 않은가? 안목이란 자본과 충분한 시간이 갖추어졌을 때, 실패해도 괜찮은 이유가 있을 때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글 앞에서는 "아름다운 것이아름다운 줄 몰라서 후진 취향을 가진 게 아니라고요!" 하고 항변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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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또한 보정된 사진 같아서 사실 그 자체보다는 편집과 자기애가 꾸덕꾸덕 뭉쳐 있다. 그래서 인생에서 무언가를 회상할 때는 ‘상처를 주었다‘는 기억보다 상처를 받았다‘는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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