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는 말이지.……."
선생님의 목소리가 나를 가로막았다.
가운데 걸 남기는 거란다."
.......네?"
"마지막 과자가 정중앙에 남아 있도록 다른 길 집으렴. 제일 가운데가 남아 있으면 마지막 손님에게 과자가 돌아갔을때 ‘남은 것을 먹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잖니?"
듣고 보니 그릇 한구석에 외따로이 놓여 있는 만주는, 아무리 봐도 남은 물건‘이다. 하지만 똑같은 마지막 하나라도정중앙에 있으면 그릇까지도 다 마지막 사람을 위해 준비된것처럼 보인다.
고작 만주 하나인데도 놓인 위치에 따라서 의미까지 달라지는 것이다.
66쪽
"꽃은 붉게 피면 되고, 버들은 푸르게 우거지면 돼."
간의 그 말을 듣고,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
그날 이후로 그 문구를 좋아하게 됐다. 지금도 다른 사람 이 빛나 보일 때, 내가 나답지 않은 모습이 되려고 할 때, 그 말을 떠올린다.
75쪽
아와시마 씨도 오랫동안 다도를 해온 사람이다. 영국 여행이야기를 하면서 벚꽃이 한 달 내내 핀다고 이야기했더니,
아와시마 씨가 "그건 좀 아닌 것 같네요." 하며 웃었다.
이 나라의 계절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해서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계절 안에서 아주 짧은 순간인 ‘지금‘을 살아간다.
155쪽
우리가 배우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길을 나아가는 법이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시간을 들여서 몸으로 익힌 것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처음 한 데마에는 마치 긴 언덕길을 오르다가 갑자기 전망 좋은 고지대로 나온 것처럼 상쾌한 느낌이었다.
1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