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했으면 나도 달항아리 정도는 만들어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그런 기대에 찬 눈빛은 정중히 사양한다. 매번,
아저씨 바로 옆 내 물레에서는 완전히 다른 일이 벌어지고있기 때문이다. 분명 밥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만들다보면 국그릇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합격. 분명 커플 접시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만들고 보니 두 개가 각도도 크기도 모두 달랐다. 그래도, 합격. 길고 가는 꽃병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작고 뚱뚱한 꽃병이 나왔네? 나름 예쁘네. 그래, 너도나랑 같이 집에 가자. 별의별 이상한 애들이 전부 합격 딱지를 달고 가마로 직행했다. 그리고 가마에서 나온 완성품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모자랐고, 하나같이 내 맘에 들었다.
학생의 세계에서 직장인의 세계로 옮겨간다는 건 단순히 돈을 버는 세계로 편입한 것이 아니었다. 그 돈이 허용하는 수많은 경험들의 세계로 동시에 입장하는 것이었다. 3천 원짜리 학교 앞 밥집에서 1만 2천 원짜리 파스타의 세계로, 천원짜리 커피에서 5천 원짜리 아메리카노의 세계로 물 흐르듯 입장했다. 못 먹던 것을 먹기 시작했다.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 들리던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꼭 머리를 세게 박고 나서야, 아, 여기 벽이 있었군, 돌아가야 하는 거였군, 이라며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 와서라도 깨달았으니 됐어 평생 미련을 가지는 것보다는 실패해보는 게 낫지 않아?‘
라며 실패 앞에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는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실패해버린 거, 나를 비난해서 어디에 쓰겠는가?
‘다음에 안 그러면 되지, 뭐‘라며 실패를 미화하는 일에 일인자가 있다면 그건 언제나 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