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수집가의 시대>보다 앞서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굉장히 신선한 감흥을 얻었을 테지만, 이미 차기작을 읽었다면 그보다는 저자의 개념 정립이 출발한 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차기작과 이 책의 차이라면, 소비자의 새로운 속성으로 인식된 개념이 MZ세대의 특성과 부합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의 요지를 명시한다.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 불안, 낭비를 해결하면 성공적인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지만, 한 걸음 나아가 소비자에게 의미, 재미, 상징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아이콘이 되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특정 제품과 서비스로 기업을 판단하지 않고, 브랜드 자체가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을 대변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1부에서 저자는 근년 들어 변화하기 시작한 소비자의 심리를 분석한다. 사실 소비자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내가 지불한 비용의 대가로 동급 또는 그 이상의 편익을 제공받기를 희망한다. 과거에는 전체적 틀에서 욕구 충족을 판단하였다면, 점차 개인화, 개성화가 중시되는 근년에서는 개인별로 차별화된 욕구의 중요성이 크게 증가하였다. 남이 만족스러워한다고 해서 내가 무조건 추종하지는 않는다. 나아가 개인의 욕구 자체도 전일적이지 않고 분화하기 시작하여 각 지점, 단계마다 원하는 욕구의 유형이나 수준이 같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여기에 맞출 수 있어야 기업은 성공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감시관’으로 요약한다.
이 시대 소비자들의 심리를 요약해 이를 붙이자면 ‘감시관(감정 낭비 싫어요.시간 낭비 싫어요.관심 낭비 싫어요)’이라 하겠다. (P.41)
이러한 심리적 불편은 획기적인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기업이 소비자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만 바꿔도 크게 해소할 수 있다고 하며, 소비자들의 소비활동, 즉 고객 경험 여정을 세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각 단계에서 불편 사항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성공적인 대안 제시로 급성장을 이룬 기업 사례를 제시한다. 아마존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국내 기업 중에서 당근마켓, 런드리고, 삼성과 LG의 냉장고 전쟁, 김갑생할머니김, 해외 사례로는 토니스 초코론리, 하인즈 케첩, 태양의서커스를 예시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감시관을 싫어하는 고객의 심리를 포착하고 적합한 불편, 불안, 낭비 해법을 제시하여 고객 경험을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한다. 소비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뭔가가 긍정적 방향으로 달라졌음을 체감하는 순간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게 된다. 기업으로서는 여기까지 올라서기도 용이하지 않기에 불불낭을 해결하는 기업은 성공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소비자가 팬이 되는 브랜드에는 특징이 있다.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보다 소비자가 열망하게 만든다. 이런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문제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P.111)
애플은 열렬한 추종자를 지닌다. 기술적, 가격적, 편의성 등에서 경쟁 제품에 취약점이 있더라도 고객은 이에 신경 쓰지 않는다. 영역은 다르지만 스타벅스, 테슬라도 유사하다. 고객은 애플, 스타벅스, 테슬라라는 브랜드 자체를 향유함에 자부심을 지닌다. 그들 브랜드는 더 이상 남의 것이 아니라 바로 고객 자신을 상징한다. 그들은 소비자에게 의미, 재미, 상징을 제공하여 고객이 브랜드를 내재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그들의 브랜드 로열티는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어느 기업이라도 그렇게 되기를 열렬히 바라지만 쉽지 않다. 그것은 기업의 일방적 바람과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그것을 경험하고 자신의 것으로 수용해야만 가능하다.
2부에서 소비자 마음을 얻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제시하는데, 이는 성공적 사례에서 역추적하여 추출한 요인이므로 이를 그대로 따라 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레오와 블록버스터의 노스탤지어 마케팅은 장수 기업에서 관심 가질만한 전략이다. 포켓몬빵 열풍은 해당 게임에 대한 공통적인 향수를 지닌 세대를 겨냥하였다. 레트로는 과거 복제와 변용 사이의 절묘한 균형감이 중요할 것이다.
근년에 급성장한 스타트업으로서는 젠틀몬스터와 트레바리 사례를 다루는데, 젠틀몬스터는 현시점에서 이미 이 단계를 넘어섰다고 봐야 하리라. 나는 가보지 않았지만, 성수동의 사옥은 자체로서 구경거리라고 한다. 유료 독서클럽 트레바리 이름도 여러 차례 들었다. 서비스 특성상 대중적으로 폭발적 각인이 어려움에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양자의 경우 고객은 해당 기업과 서비스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지위를 부여해 주는 상징을 발견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기업의 성장에는 기술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모든 기업이 기술 경쟁만 하는 건 불가능하다. 기술과 기술 사이의 간극에 잠복해 있는 페인 포인트의 해소, 기술 또는 서비스 경험의 새로운 차원 접근에서 고객이 갖는 만족스러운 구매 경험은 고객이 해당 기업과 브랜드에 무조건적 동질성을 촉진한다. 이러한 단계까지 이를 수 있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브랜드는 영속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브랜드에 몰이하고 결속된 소비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더 많이 더 기꺼이 제공할 것이다. 데이터와 고객 경험, 브랜드 가치가 서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P.247)
원체 경영학 분야에 과문하여 변화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저자처럼 명쾌하게 파헤친 경우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우연한 계기에 저자에 대해 알게 되어 그의 책 두 권을 연달아 읽었는데, 경영학도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기업체 마케팅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계속해서 언급하고 분석하는 소비자의 특성은 특정 부류가 아니라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MZ세대의 행동 특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독자가 MZ세대라면 나의 선택과 행동 기저에는 이런 요인이 있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소위 기성세대라면 자신의 자녀와 후배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심리와 행동 요인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고 유익한 독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