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나이가 들수록 젊은 세대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내 아이와도 대화가 어려운데, 다른 집 아이와는 하물며 어떻겠는가. 소비자마케팅 또는 소비자심리를 다룬 책이지만, 이 책을 펼쳐 든 이유는 소비와 마케팅 관점을 넘어서 이른바 Z세대의 양태를 이해하는 한 접근이 될 수 있어서이다.
저자는 Z세대를 ‘경험수집가’로 지칭한다. 연계되어 다음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들이 수집하는 경험은 무엇이며, 그들은 무슨 이유로 경험을 수집하는가. 1장에서 저자는 Z세대가 존중의 세대로서 그들의 개인주의는 결국 상호 존중을 위한 전제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MBTI 열풍은 타인의 성향을 사전에 알아서 배려하기 위한 것이며, 기괴하고 부조화하게 여겨지는 디자인을 멋지다고 여기며, 복고풍도 흥미롭게 접근한다. 이렇듯 제각각이고 어울리지 않는 듯한 취향은 한가지로 귀결하는데, 즉 획일화된 시스템의 거부다.
결국 Z세대의 다양성은 단순한 ‘관용’의 차원을 넘어서 있다. 이들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다름을 새로운 조합과 응용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하나의 세계를 여러 방식으로 접속하고, 각각의 방식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고 믿는다. (P.37)
대량생산 시대의 미덕은 다양성보다는 획일성이다. 우리는 정부 또는 기업에서 짜놓은 제품과 서비스 중에서 고르는데 익숙하다. 불편하더라도 미진하더라도 감수하고 제시된 범위 안에서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Z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들의 판단 기준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를 가장 만족시키고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자동차의 하차감을 강조하고, 좋아하는 공연과 영화의 N차 관람을 당연시하는 풍조는 이러한 관점에서만 이해 가능하다.
문제해결이 목적인 제품과 서비스는 문제가 해결되면 소비도 멈춘다. 경험은 문제해결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 경험’이라는 것이 없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수집하려 한다. 나쁜 경험조차 ‘경험의 축적’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P.79-80)
개성 존중의 시대에서는 타인과 구별되는 나를 드러냄이 중요하다. 이른바 ‘차별화 욕구’는 남과 같거나 비슷함을 거부한다. 남보다 앞서, 남이 갖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을 내가 획득했음을 보여줌으로써 차별화는 가치를 지닌다. 인스타그램이 다수에게 가장 핫한 SNS가 된 것은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 강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는 동경의 대상이 되며, 팔로워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을 탐색하며 자신이 놓친 물건과 경험이 무엇인지 찾고 뒤쫓으려 애쓴다. 타인보다 앞서지는 못할망정 뒤처져서는 안 되므로.
Z세대 소비자 대상 기업은 다양한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개별 맞춤화 전략은 OTT, 음악 스트리밍 업체가 즐겨 쓰는 방법이며, 온라인 쇼핑몰도 구매 이력이나 관심 상품 등을 통해 맞춤형 제안을 내놓는다.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도 이러한 개인화된 경험 제안 전략을 확대될 수밖에 없다. Z세대가 다이소와 알리 등을 선호는 이유도 단순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많은 경험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가격이 저렴하면 실패해도 위험부담이 감소하므로 모험적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리 있다.
누가 나를 대신하여 최적의 의사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코칭을 해준다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으며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내게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기술 상향화와 평준화, 그리고 플랫폼 확장으로 맞춤형 조언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패 비용을 줄이고 싶어 하는 소비자심리는 가격이 올라갈수록 한층 중요한 요소가 된다. 게다가 이를 통해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저자는 제로 상품, 제로 리스크,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관계를 통해 이를 밝힌다.
1부 ‘경험수집가란 누구인가’와 2부 ‘경험수집가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비하며 3부 ‘무엇으로 경험수집가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는 조금 덜 재밌다. 아무래도 이 대목은 마케팅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 현장에서 더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다. 페인 포인트를 찾는 4단계와 세 가지 시선, 마이클 솔로몬의 여섯 가지 빅 퀘스천 등. 저자는 앞서 제로 시대의 소비자가 추구하는 바를 보편화하면 페인 포인트와 열망 포인트가 분리되지 않고 결합한 상태임을 드러내는데, 이는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끌려는 기업에는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중요한 점은 페인 포인트와 열망 포인트가 서로 분리된 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실의 소비는 이 둘 중 하나로만 설명되는 경우가 드물다. 어떤 소비는 불편.불안.낭비를 줄이기 위해 시작되지만, 동시에 의미.재미.상징이라는 열망을 함께 자극한다. (P.210)
작금의 화두는 단연 AI다. AI의 발전에 대한 긍정적 전망 못지않게 부정적 전망도 함께 도사린다. 실제로 인간보다 훨씬 빨리, 많이 얻고자 하는 결과를 산출할 수 있다면 인간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서 소비자로서 Z세대를 떠나 인간이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 버튼 하나, 자판 한 개 누름으로써 얻는 값이 아니라,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노력하고 분투한 신체적, 정신적 경험 그것은 결코 AI로 대체할 수 없는 자산이다.
저자가 열심히 분석하고 추론한 ‘경험수집가의 시대’가 단순히 Z세대만의 특유한 행태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지 그들이 사회 주류 세대보다는 훨씬 민감하고 예민하기에 장차 다가올 변화에 선제적으로 반응하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책은 Z세대 소비자의 구매력을 기대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Z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인, 나아가 AI 시대에서 인간이 지향할 방향을 궁금해하는 모두에게도 유효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의 현상을 ‘Z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닌, 곧 시장의 표준이 될 변화로 읽어내야 한다. Z세대는 시장의 ‘예외’가 아닌 ‘예고편’이며, ‘경험수집가’는 시장의 지엽적인 현상이 아닌 시장 전체를 설명하는 새로운 문법이다. (P.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