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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책만 보는 바보
  •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 로잘린드 오르미스턴
  • 36,000원 (10%2,000)
  • 2021-10-29
  • : 1,273

알폰스 무하 관련 또 하나의 책이다. 이 책은 판형이 289*279mm로 먼저 읽은 재원 출판사의 대형 판형보다도 더 크다. 가장 큰 장점은 수록된 작품 도판이 시원시원하다는 점이다. 재원 출판사의 것이 맛보기 정도라면 이 책은 훨씬 많은 수의 그림을, 보다 생생한 채색으로, 고품질의 용지에 담고 있어 전시회 도록과 비슷한 인상을 풍긴다.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1부는 ‘무하의 삶과 작품’으로 무하의 생애를 죽 훑어보고 주요 작품 경향을 다룬다. 무하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라도 1부만으로 전체적 삶과 작품세계를 전망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무하 작품 인생의 후반부는 <슬라브 서사시>로 대표되는 순수 회화이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의 무하 관련 책은 이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으며, 도판 수록도 매우 취약하다. 그 점은 이 책도 마찬가지인데 확실히 무하는 후반에 슬라브 문화를 그림에 담아내는 데 집중하였음을 그 외 여러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체코 당국은 <슬라브 서사시>를 위한 박물관 건립을 약속했지만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무하의 기념비는 모두가 ‘무하 스타일’을 인정하는 그의 고국의 도시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P.87)

 

여기서 저자는 체코 당국에 쓴소리를 남기고 있으니, 무하에 대한 정당한 인정과 예우를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것이다. 오늘날 무하 예술의 보존과 홍보를 위한 노력은 그의 자녀가 세운 무하 재단의 공이 크다. 한편 이 책은 비교적 편집이 꼼꼼하고 교정이 잘 되어 있어 신뢰감이 드는데, 딱 한 군데 오기가 있어 아쉽다. ‘성 비누스 대성당’(P.85)은 ‘성 비투스 대성당’이 올바르다.

 

2부는 ‘무하 스타일’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무하 예술의 전형은 누가 뭐래도 무하 스타일로 대변되는 상업적인 아르누보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무하는 그런 평을 원치 않았겠지만, 1893년에서 1903년 사이에 창작된 포스터, 장식 패널, 광고 디자인 등으로 무하는 당대에 명성을 누렸고 지금도 여전히 추앙받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저자는 2부에서 연도별 순서대로 창작된 작품을 소개하고 해당 작품의 내용과 특징을 짤막하게나마 분석한다. 단순히 그림명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작품의 창작 배경과, 작품의 세부 사항과 정확한 이해에 실제적 도움이 되는 유용한 설명이라고 하겠다. 무하의 작품 스타일은 분명 개성적이지만, 그가 고립무원에서 창작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게 된 점도 유익하다. 19세기 후반기에 무하의 앞선 시기와 동시대 화가들의 창작 경향을 통해 무하의 상업 포스터가 등장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였다.

 

1890년대 프랑스 광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선형 예술은 1860년대초 파리에서 발전되기 시작했다. 에두아르 마네는 1863년 자신의 작품 <풀밭 위의 점심 식사>에서 평면적 색채를 사용하고 명암 표현을 생략했으며 세부 묘사를 단순화해 화면의 2차원적 평면성을 두드러지게 했다. (P.91)

 

무하의 상업예술 작품에서 익숙한 화려한 패턴의 배경을 논외로 하더라도 무하의 인물 표현은 평면적이어서 이전 시기의 인물화와 풍경화 등에서 보이던 주류 회화의 사조와는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이 점을 명확히 짚어낸다.

 

무하의 작품세계가 독보적인 까닭은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벌였다는 점과, 회화에만 안주하지 않고, 포스터, 광고, 삽화, 조각, 공예, 상품디자인, 의상, 무대장치 등 조형예술의 전반을 두루 섭렵했다는 점에서 다른 미술가들과 차별성을 보인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과 기법을 후학도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었으니, <장식 자료집>과 <인물 자료집> 등의 책자가 대표적이다.

 

디자인에 대한 유일무이한 작품집으로 자리 잡은 <장식 자료집>은 유럽 곳곳에서 팔렸고,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P.186)

 

이 책은 알폰스 무하의 삶과 작품세계를 충실히 개괄할뿐더러 그의 실제 작품을 훌륭한 도판으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다. 아르누보 예술가로서 ‘무하 스타일’을 낳았던 그의 전성기 시절 예술을 이처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다만 이 책의 상대적 단점은 순수예술가로서 알폰스 무하의 다른 일면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것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 책만의 약점은 아니다. 대중들의 관심은 화려한 무하 스타일에 여전히 매혹당한 채 있어 그 너머를 아직 볼 수 없는 까닭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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