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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hie du


달리기 앱은 Mi Fit을 쓴다. 이유는 샤오미 미밴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애플 워치 같은 걸 쓰면 더 좋겠지만 그건 너무 비싸서 욕심 내지 않기로 했다. 동생이 애플 워치를 쓰는데 샤오미 미밴드도 가격대비로 보면 훌륭하다. 애플워치는 50만원 줘야하지만 미밴드는 3만원이면 살 수 있고, 성능도 달리기에 사용하는 기능만 본다면 별 차이 없다. 심박수 측정기능을 쓰려면 미밴드를 쓰면 되고, 그냥 달리기 기록만 살피려면 워치도 필요 없다. 폰에 나이키나 아디다스 달리기 앱 하나 깔고 달리면 된다.

핸드폰을 들거나 몸에 지니고 뛰어야 하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트레이닝복을 좀 타이트한 걸 입는 게 좋다. 그래야 주머니에 넣고 달려도 많이 흔들리지 않는다. (주변에서 너무 타이트한 걸 입고 달리는 사람이 있다 해도 흉보지 않길 바란다. 그게 타인에게 자기 몸매를 보여주기 위해서인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 없다. 각자 운동의 필요에 따라 옷을 입는다.)

음악을 들으면서 뛰려면 블루투스형 이어폰을 하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유선은 팔동작을 방해한다. 이어폰을 살 때는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말고 직접 매장에 가서 사는 게 좋은데 왜냐하면 자신의 귀에 잘 맞는 걸 사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걸을 때와 다르게 달리면 이어폰이 귀에서 잘 빠져나온다. 이거 생각보다 신경이 많이 쓰인다. 달리면서 쓸 거라 비싼 걸 사는 건 좋지 않다. 분실 위험도 크다. 3-4만원 정도 하는 게 좋다.

그리고 또 달리기를 위해 구입한 게 뭐가 있을까? 신발이 있다. 유튜버들의 추천을 비교검토해 나이키 맨즈 에어 줌 알파플라이 넥스트 프로라는 제품을 구입했다. 9만6천원에 구입했다. 내가 현재까지 신발을 위해 투자한 최고가이다. 이게 내가 살 당시에 G마트나 11번가 같은 곳에서는 100만원 넘게 팔리고 있는 물건이었는데, 해외직배송으로 9만6천원 무려 10배 이상 낮은 금액으로 구입했다. 물론 가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잘 사용하고 있다. 이걸 구입한 이유는 보폭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발바닥의 탄력성이 좋다. 처음 달렸을 때 탄력이 너무 좋아 균형을 잡기가 좀 어렵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록도 좋아졌고 정강이 통증이 사라지는데 도움을 줬던 것 같다.

구입할 때는 자신에게 잘 맞는 신발을 사는 게 좋다고들 하는데 뭐가 자신에게 잘 맞는 건지 판단하긴 쉽지 않다. 주변에 전문가가 있다면 조언을 구하는 게 좋고, 처음부터 좋은 신발에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평범한 런닝화를 신다가 필요에 따라 구입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한다. 대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공격적인 선택과 보수적인 선택. 공격적인 선택이란 자신에게 부족한 걸 보완하는 방식. 가령 나의 경우는 보폭을 늘리겠다는 욕망. 보수적인 선택이란 자신의 통증을 완화하는 방식. 가령 무릎이 아프다면 무릎 통증을 덜 수 있는 쿠션이 좋은 신발을 선택한다거나. 난 둘 다 고려하긴 했으나 공격적인 선택을 한 건데 잘 산 건지는 모른다. 그냥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또 뭐가 있나? 발목밴드를 두 개 샀다. 정강이 통증이 사라진 이후 발목통증이 찾아왔는데 밴드로 압박을 하니 한결 좋다. 이거 두 개 합쳐서 5천원. 다 해 봐야 15-20만원 정도다. 이 정도로 매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지 않다.

달리기 앱은 사용하는 편이 좋다. 처음에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앱 없이 달렸다. 그냥 걸음수와 거리만 측정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다 조금 더 체계적인 운동을 하고 싶어졌다. 이유는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면서부터다. 그러면서 유튜브를 찾아봤고, 달리기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달리기 앱이 제공하는 몇 가지 중요한 정보가 있다. 첫째는 구간별 속도, 이게 가장 중요하다. 장거리를 달리다보면 몸 상태가 시시각각 변한다. 위태로운 구간이 있고 편하게 달리는 구간도 있다. 한 번만 달릴 때는 모르지만,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달리기 패턴이 눈에 보이고, 평소와 다른 그날의 달리기가 보일 때도 있다. 자신의 달리기의 문제점이 보이기도 하고, 패턴을 의식적으로 변화시켜 보기도 한다. 가령 초반에 힘을 비축했다가 후반에 스퍼트를 해 보기도 하고, 초반에 욕심을 부렸다가 후반에 버텨보기도 하고, 꾸준히 비슷한 속도로 달려보기도 하고.

둘째로는 보폭과 케이던스. 이것도 전체 평균과 구간별 변화도 보여준다. 보폭과 케이던스는 달리기 속도가 결정되는 두 요소다. 얼마나 빠른 발걸음을 하고 있는지, 어떤 보폭으로 달리고 있는지, 이걸 보면 대체로 그의 달리기를 알 수 있다. 케이던스 180. 케이던스 180이 가장 효율적인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 필요한 핵심이란 것. 달리고 나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케이던스다. 초반과 중반과 후반 내 케이던스가 어떻게 변했는지. 케이던스가 너무 낮게 나오면 보폭을 줄이고 잔걸음으로 빨리 뛰어보는 게 한 방법인데, 무리해서 자신의 달리기 패턴을 바꾸는 것도 좋진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건 내 달리기를 스스로 알고 변화시켜 나가는 거다. 내 달리기의 주인(주체)이 되기 위해서, 내 달리기를 알아야 하고, 그걸 위해 보폭과 케이던스를 아는 것은 기본이다.

셋째는 심박수다. 이걸 알기 위해서는 미밴드와 같은 워치가 필요하다. 심박수에 대해서는 좀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가 최고강도 훈련인지, 고강도인지, 중강도인지, 나이에 따라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걸 자세히 설명하려면 긴 글이 필요하다. 심박수는 높다고 좋은 것도 낮다고 좋은 것도 아닌데, 일반적으로만 말한다면 자신의 달리기를 할 때 어느 정도의 심박수로 달릴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 압박을 심하게 느끼는지를 몸으로 체감하는 것이 좋다. 달리기 훈련법에 지속주라는 게 있고 인터벌 훈련이라는 게 있는데, 지속주란 내가 달리는 전체 거리를 비슷한 속도로 뛰는 거고, 인터벌이란 고강도 훈련과 저강도 훈련을 번갈아가면서 하는 거다. 인터벌 훈련을 해 보면서 내 심박수의 변화를 보는 것도 달리기 훈련의 좋은 방법이다.

이 세 가지가 기본적으로 앱이 제공하는 거다. 그밖에도 GPS에 의해 내가 뛴 거리를 지도로 보여주는 것 등도 있긴 하다. 앱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도 있다. 내가 달리는 폼이 어떤지, 내 코어(몸의 중심)가 얼마나 균형이 잡혀있고 안정적인지, 내 팔동작이 얼마나 상하체의 운동과 리듬감이 잘 어울리는지, 내 호흡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등등. 이런 모든 것들을 스스로 달리면서 느끼는 것이 좋다. 이게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면 다른 것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나를 둘러싼 것들. 대지, 공기, 풍경, 사람들.

그날그날의 달리기를 하고 나서 달리기일기를 적는 게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앱의 기록이 어느 정도 대신해 준다. 앱의 기록을 보면 일관되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게 발전한다. 그 구불구불함이 나다. 어느 날은 몸 상태도 날씨도 구질구질하고 내 달리기도 구질구질하고, 어느 날은 최적의 달리기를 하기도 한다. 그 구불구불함 속에 내 마음의 결도 살짝 보인다. 전날 술마신 흔적도 보이고 게으름도 보인다. 마음의 스트레스도 보이고 뒤틀린 기운도 보인다. 달리기를 하면서 그 구불구불한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본다. 그러면서 뒤로도 갔다가 옆으로도 가지만 전체적으로는 조금씩 앞으로 달린다. 대단한 목표는 없다. 내 달리기의 주인,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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