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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hie du


<인사이드 아웃>을 연출했던 피트 닥트의 작품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창작 근거가 되는 설정은 이런 거다. 인간은 선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다. 서양 철학의 거대한 기둥, 파르메니데스로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근대철학까지 이어져 온 영육이원론에 근거한다면 인간은 태어날 때 이미 그 영혼에 어떤 성격이 완성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태어나기 전에 영혼은 어떤 교육(영화에서는 세미나라 표현된다)과정을 받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


서구철학의 영육이원론 전통에 동의하지 않지만, <소울>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놓고 거기에 대해 논쟁하는 것은 과잉. 흥미로운 건 사후세계에 대한 관습적 상상을 넓혀 '태어나기 전의 세계'그렸다는 점. 그리고 <소울>은 영육이원론을 말하는 작품이 아니라, 인간이란 개체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지, 그 존재들이 서로에 대해, 존재하는 모든 자연과 생명에 대해,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배우며 어떻게 꿈과 희망을 말할 수 있는지 말하는 작품이다.
재즈 피아니스트가 꿈인 주인공 조는 존경하는 재즈 뮤지션과 멋진 클럽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인생의 최고의 날, 그만 너무 즐거운 나머지 부주의하게 하수구 구멍에 빠져버린다. 조의 영혼이 도착한 곳은 사후세계(Great Beyond) 길목인데, 거기서 도망쳐 나와 다시 도착한 곳은 ‘태어나기 전 세계’(Great Before)다. 이곳은 태어나기 전의 영혼들을 교육하는 곳. 여기서 조는 태어나기 전의 영혼을 멘토링하는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거기서 22번 영혼을 만나서 겪는 일이 이 애니메이션의 내용이다.
사후 세계가 아닌 태어나기 전의 세계. 여기서는 아기 영혼들이 득실거린다. 아래의 사진이 태어나기 전의 세계인데, 아기 영혼들은 3차원이지만, 이 세계의 관리자 ‘제리’들은 2차원의 간단한 곡선만으로 표현된, 입체파 회화가 연상되는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양자역학의 세계, 모든 공간에 동시에 존재한다고 스스로를 설명하는데, 양자역학과 입체파의 만남이라, 참 픽사 다운 아이디어라 생각되지 않을 수 없다. 양자역학이 나온다고 하여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학 지식이 필요한 영화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마도 과학 지식이 짧은 나 같은 어른보다 아이들은 이 애니메이션의 아이디어를 쉽게 흡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제리’가 파동이냐 입자냐 이런 얘기까진 나오지 않는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는 자신의 못 이룬 꿈에 집착하는 사후의 어른과 지구에서의 삶의 의미에 부정적인 태어나기 이전의 22번 영혼이 만나 서로에게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 잘못해 조의 몸 속에 들어가버린 22번 아기 영혼을 통해 지구에서의 인간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성찰할 수 있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볼 의미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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