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1
cahie du
  • [블루레이]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일반판
  • 이누도 잇신 감독
  • 24,700원 (10%250)
  • 2012-03-15
  • : 176
유명한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것은 항상 원작인 영화와의 비교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탄생하는 영화다. 아무리 이건 내가 내 스타일로 만든 거니 독자적인 영화로 봐 달라고 떼를 써 봐야 소용없는 짓. 원작을 보지 않았던 관객에게는 다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내 경우로 말하자면, 원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대한 향수가 강하지 않다. 왜냐면 그 영화가 개봉했던 2004년, 영화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회사에 입사해, 영화와 작별을 고했던 때. 난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 영화를 본 건 한참 시간이 흐른 후, 5-6년 전 즈음일까, 장애인미디어아트 공연 장면 중, 영화 속 물고기가 흐르는 프로젝션 장면을 참조하기 위해 극장이 아닌 컴퓨터로 봤을 뿐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좋았지만 바빴고 내겐 이 영화에 대한 애착이 크게 없었다. 그러나 원작의 감동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며 실망, 심지어 별점 테러를 하는 관객들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조제, 호랑이 ...>는 단지 하나의 영화가 아니라 자신의 10여년 전 추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그 시절의 기억, 냄새, 촉감과 더불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첫사랑이나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는 대중가요가 그 시절을 되살리는 것과 같은 감정을 <조제, 호랑이 ...>는 가지고 있을 거다. 발터 벤야민의 ‘산딸기 오믈렛’이란 짧은 에세이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나라의 왕이 궁정요리사를 불러 산딸기 오믈렛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단 그 오믈렛은 자신이 지난 전쟁 중에 적군에게 쫓겨 목숨이 위태로울 때 깊은 산속에서 만난 한 노파가 만들어서 준 오믈렛과 같은 맛이어야 한다며 그 오믈렛을 설명해 준다. 그 맛을 내지 못하면 넌 교수형을 당할 거라고. 그러자 궁정요리사는 왕에게 노파가 만들어준 산딸기 오믈렛과 똑같은 것도, 그보다 더 맛있는 것도 만들어줄 수 있지만, 적군에 쫓기던 긴박함과 깊은 산골의 분위기, 노파의 존재가 주는 느낌과 같은 모든 것은 만들어줄 수 없다. 그래서 그와 같은 맛을 만들어줄 수 없다고 답한다. 이 에세이는 아우라가 무엇인지 설명할 때 종종 비유로 언급되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왕이 예전에 먹었던 (원작) 산딸기 오믈렛에는 당시의 아우라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 김종관의 리메이크작 <조제>는 이미 <조제, 호랑이 ...>를 본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원작의 아우라와도 동시에 싸워야 한다. 더구나 이 이야기는 청년 시절의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관객들 각자의 10여 년 전 연애에 밀착되어있는 기억과도 싸워야 한다. 김종관으로선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한 순간 그 운명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종관의 <조제>는 단지 원작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김종관 감독의 일관된 감각과 스타일로 재해석한 영화다. 한지민도 좋은 배우다. 영화의 이미지도 아름답다. 그러나 이미 원작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는 관객들과 싸울 수는 없다. 김종관은 한국영화에서 꾸준히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계에서 장편영화를 만들어오고 있는 소중한 감독이지만 이번 영화 <조제>가 좋은 반응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조제역의 한지민은 좋은 배우이지만 원작의 조제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 어딘가 좀 무겁게 느껴진다. 원작과의 관계에서 보지 말고 김종관의 필모그라피의 연장선에 본다면 이 영화를 조금은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폴라로이드 작동법>이나 <침묵의 대화>와 같은 단편들의 연장선에서 ‘조제’와 ‘영석’의 관계를 다시 본다면 <조제>의 원작과 다른 의미가 더 잘 보일 수도 있겠다.
(영화 <조제>를 링크할 수 없어 이누이 잇신의 원작을 링크)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