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의 발전 역사를 살펴보는건 무척이나 흥미롭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지만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도 안되는 허황된 소리에 불과했다. 우주의 중심인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한 은하계의 행성중 하나에 불과하며 자전과 공전을 한다는 사실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뒤바뀌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교과서가 죽인 책들"에서는 이와 같은 인류 문명의 흐름을 결정한 인류가 남긴 위대한 책 50여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대 그리스시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20세기 프로이드, 히틀러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은 우리에게 사실 익숙한 책들이다. 교과서에 무수히 등장하는 이름들이며 시험을 위해 열심히 암기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내가 제대로 읽어본 책은 거의 없었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전에 대한 무관심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원제는 "Books that changed the world" 이다. 제목처럼 이책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것은 세계를 바꾸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역사적인 저작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위에 언급한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가장 대표적인 저작이다. 코페르니쿠스는 무려 30여년에 걸쳐 연구를 거듭하며 이책을 저술하였다.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은 중세시대를 지배하던 철학적.종교적 믿음을 완전히 뒤집어 엎는 것이었다. 이런 파격으로 결국 200년 넘게 금서로 묶이는 신세가 되었다. 이후에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뒷받침 해준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아이작뉴턴이다. 인류에 깊은 영향을 미친 책중에 뉴턴의 "자연과학철학의 수학적원리(프린키피아)"만큼 유명하면서도 거의 읽히지 않은 책도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난해한 수학적 원리로 쓰여져 수학자들 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뉴턴은 이책에서 그가 발견한 유율(미적분)을 이용하여 행성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설명해냈다. 너무나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 "프린키피아"를 통해 실체를 드러내며 드디어 세계의 체계가 밝혀진 것이다.
이와 같이 과학체계의 혁신을 가져온 위대한 저작 뿐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상분야에서 인류의 혁명적 변화를 몰고온 책의 저작배경과 주요내용을 읽어 나가다 보면 원작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다. 고전은 단순히 지나간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형성해온 중요한 궤적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법칙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 이런 고전 읽기는 필수적이다. 이책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쳐왔던 역사속의 명저에 관심을 갖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