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alrep님의 서재
  • 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서중석
  • 11,700원 (10%650)
  • 2008-03-25
  • : 1,004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이는 다름아닌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창출됨을 말한다.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제도가 바로 선거이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최고 권력인 대통령을 선출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따라서 선거는 국민주권 이념을 실현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선거제도는 국민에 의한 권력 창출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선거는 부정과 타락으로 점철되었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40년 가까이 이어진 독재권력을 합리화 하는 수단으로 오용되어 왔다. 따라서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돼 있는 것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선거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민주주의 제도로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일까? 이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대한민국 선거이야기-1948제헌선거에서 2007대선까지”는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치러진 선거를 이야기 하면서 선거가 갖는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2007년 저자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한 강의를 녹취하여 정리한 이 책은 구어체로 쓰여져 쉽고 가독성이 있다.

저자는 “선거는 한국사회를 바꿔놓는 데 대단히 역동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하면서 “한국의 선거에 대해 일반인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결코 상식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사례로 독재정권들의 붕괴의 계기를 만든 것은 바로 선거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강조한다. 그 역사적 의미를 지닌 선거로 1956년 5.15 정.부통령 선거, 1978년 12.12총선, 1985년 2.12총선을 사례로 들고 있다. 이승만 정권의 붕괴를 촉발한 1956년 5.15 정.부통령 선거는 이기붕을 누르고 장면을 부통령으로 선출함으로써 이승만 정권에 타격을 입혔고 이에 불안을 느낀 자유당이 1960년 3.15선거에서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자행하여 결국 4.19혁명으로 무너지게 되었다.
1978년 12.12총선은 야당인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1.1% 더 득표를 함으로써 유신독재가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는 징표로 나타나 1979년 부마항쟁을 거쳐 10.26 궁정동 사건으로 박정희 독재의 막을 내리게 된다.

1985년 2.12총선은 전두환 군부독재체제 속에서 치러진 선거임에도 급조된 야당인 신한민주당이 바람을 일으키면서 67석을 차지하고 서울에서는 42.7%를 득표하여 27%의 민정당을 압도했다. 이를 계기로 직선제 헌법개정운동으로 이어지면서 1987년 6월 민주대항쟁으로 전두환 군사정권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와 같이 선거는 역사의 주요 국면에서 혁명적인 역할을 해왔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가 점진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이야기 하는 과거의 선거에 대해서는 경험해 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1997년 최초의 정권교체와 2002년 인터넷 선거혁명을 지켜보면서 선거의 역동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권력은 국민의 손에서 나온다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헌법 문구가 아닌 현실에서 실현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7년 대선은 선거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회의적으로 만들었다. 유권자 대다수가 정책이나 도덕적 가치를 외면하고 성장제일주의에 쏠려버린 “시민의식이나 도덕성이 실종된 퇴행적”인 선거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희망 없던 독재정권 체제에서도 선거는 예상치 못한 역동성과 혁명성을 보여주었다. 선거는 유권자에 의해 역동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기대를 접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국민의 주권을 부정한 정권을 연장시키는 수단으로 내어주는 것에 다름 아님을 이 책은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다시 다가올 다음 선거에서 민의는 또 어떤 역동성을 보여줄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는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으로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