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폭넓은 시선
alrep 2003/12/2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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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 페이지가 넘는 그 묵직함이 느껴지는 책을 펼치는 것은 그다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부담을 조금만 참아내고 이 책을 펼친다면 세상을 보는 폭넓은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말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않다. 역사는 항상 지나간 시간으로서 우리에게 존재한다. 그래서 깊게 생각지 않으면 단순하게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어진 그대로의 사실만을 파악하는 단조로운 시선을 갖기 쉽상이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그렇게 단순한 것만이 아니다.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있다. 이말이 담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를 가볍게 다룰 수는 없을것이다.
이 책은 재미 중국학자의 중국역사에 대한 고찰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에 중심을 둔 중국사에 익숙하다. 그 이유는 지금도 베스트셀러로 자리하고 있는 삼국지, 초한지 등의 중국사를 배경으로한 대중소설에 익숙하기 때문일것이다. 이런 소설의 특징은 걸출한 영웅의 이야기로 그 인물들에 의해서 역사적 사건들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자칫 역사는 특출난 인물 즉 영웅, 호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역사란 그렇게 단순한것은 아니다. 레이황 교수가 이책에서 말하고자 하는바가 바로 이것이다. 기존의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역사관은 인물사, 사건사가 주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미시적 사관은 역사의 큰 흐름을 간과하기 쉽다.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거시적인 큰 흐름이 존재한다.
그 예로 당나라가 멸망하게 된것은 단순히 요부 양귀비에 빠진 현종의 실정과 안사의 난에 의한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상황이 맞물려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 것이라는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레이황 교수는 공자의 시대로 부터 원나라 까지 거시적 관점에서 시종일관 중국사를 해석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이런 시각을 전적으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 역사를 파악하는 여러 방법중의 한 시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알려주는 면에서는 이 책은 유용하다. 하지만 이런점이 이책의 한계이기도 하다. 거시적 관점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역사를 공식에 입각한 틀속에 맞추고 있다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이 시간도 역사의 순간이다.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됐을때 지금 이순간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사회는 너무나 성급하지 않나 생각될때가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장에 주어진 사실만을 두고 평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의 순간이 오게된 역사적 필연성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지지 못한채 섣부른 단정으로 역사가 말하고 있는 진리를 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것은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제는 역사를 폭넓고 진지하게 바라보는 자세가 어느때 보다 필요할 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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