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장인과의 석굴암 답사여행
alrep 2003/11/2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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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문화유산답사여행이 붐을 이룬적이 있다. 유홍준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베스트셀러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이루어진 현상이었다. 우리민족이 반만년 전통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듯 우리 주변에는 많은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그에 반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성장과 산업발전만을 추구해 왔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은 훼손돼고 관심밖의 것으로 그늘속에 외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나마 지금 우리가 이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수 있다. 문화유산에 대한 끝없는 애정으로 평생을 살아온 저자와 같은 고마운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되새겨본다.
이 책은 저자와 함께 떠나는 석굴암 답사여행이다. 그 여행길은 친절하고 편안하다. 일제의 무지막지한 해체공사로 그 원형이 형편없이 훼손된 석굴암을 철저한 고증을 통해 복원했던 60년대 석굴암 복원작업에 직접 참여 했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그동안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 나간다. 그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석굴암이 지니고 있는 진정한 가치에 새삼 놀라게 된다. 선인들의 지혜에 놀라고 그들의 뛰어난 예술혼에 감동하게 된다. 선인들의 지혜가 담긴 모습은 곳곳에서 찾아 볼수있다. 본존상 뒷벽의 광배는 일반적인 모습과 달리 위치가 다른데 광배가 정확한 위치에 서 보이는 자리는 꼭 한자리뿐이다. 무릎을 꿇고 예불을 들이는 자리에서만 정확한 모습이 보이게 설계한 것이다. 석실내 벽면을 장식한 팔부중상, 인왕상, 사천왕, 보살상과 제자상 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하지만 안타까운것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석굴암은 신라시대 만들어진 원래 모습을 잃어버린 상태라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막무가네로 완전 해체공사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고 보수공사시 석실지붕을 콘크리트로 덥어버리면서 돌이킬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그나마 60년대 철저한 고증을 근거로 복원공사가 이루어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훼손된 상태라고 한다. 1000년을 견뎌온 석굴암이 회복되기 어려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건 일제강점기 30여년 사이라니 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좋은 날을 받아 책도 옆에 끼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주를 가보는건 어떨까! 지금까지 스쳐지났던 것들에 가까이 다가가보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천상이 천하에 내려 깃든'것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만드는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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