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alrep님의 서재
지난 3월쯤인가 인터넷신문의 기사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北 영변 기습폭격하면 어떻겠나?'
부시 행정부, 노무현 정권에 타진

굵직하게 박힌 이 기사의 제목을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북핵 관련 이야기가 난데없이 나온 생소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구체적인 현실로서 다가오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북핵문제를 우리민족의 생사여탈권을 좌우할 너무나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최근에 나온 책 <미국은 북한을 핵폭격한다>(하다카 요시키著)'는 자극적인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빠르게 읽어 나갈수 있었다. 하지만 읽고 있는 내내 내가 원하던 것과는 한참 거리가 먼 내용으로 가득채워져 있음을 확인하게 될 뿐이었다. 그 원인은 바로 이책의 저자를 살펴보면 바로 그 답이 나온다. 이책의 저자 히다카 요시키는 1935년생으로 NHK 미국 총국장을 역임한 전형적인 일본 보수논객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이 북한을 핵폭격 할 수밖에 없는 아니 해야만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이 늘어놓고 있지만 그 내용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보면 북핵폭격의 징후로 최근 괌에서의 미군 폭격기의 대대적인 폭격훈련을 들고 있지만 괌은 대규모 미공군기지가 있는곳으로 폭격기가 집결하고 훈련하는것은 연례적인 것이라고 볼수 있고 북한 핵폭격을 위한 훈련이라고 보기에는 개연성이 약하다. 저자의 논거를 보면 그의 가치관이 지극히 편협된 보수 일본정객의 시각으로 점철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군사력은 주한미군에 치명적인 손실을 줄수 있을 만큼 막강하기 때문에 미국이 자신의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김정일 북한정권을 일시에 붕괴시킬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대규모 공중 핵폭격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부시 대통령의 미국 패권주의에 입각하여 진행중인 전쟁전략(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침공 등)을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1970년대 카터 대통령부터 클린턴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온 실패한 외교정책이었으며 이에 반해 부시정권의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자세는 '미국의 정의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단정짓는다. 즉 이제는 과거의 앉아서 북한의 침공을 기다리는 구식전략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부시가 바로 그렇게 하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저자의 주장은 우리에겐 정말 충격적이다. 이웃 일본인들이 정말 저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위험하기 이를때 없다. 그밖에도 저자는 북한 핵폭격의 정당성에 대해 많은 주장들을 하고 있는데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단정짓고 북한정권을 부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하여 악의 축 그자체로 규정하고 제거의 대상으로서 바라볼 뿐이다. 저자는 핵폭격으로 인한 한반도의 재난과 피해, 세계평화의 위협등에는 관심이 없다. 그의 걱정은 단지 핵폭격으로 인한 북한 붕괴후 미군의 철수와 중국, 러시아의 군사력 확대로 인한 일본으로의 세력확장 뿐이다. 이를 구실로 자위대의 재무장을 암암리에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을 쓴 저의가 드러나는 곳이라고 볼수 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언짢음과 불편함만을 준다. 북한핵 문제와 관련된 검증된 자료나 국제정황을 개연성 있게 서술하기 보다는 저자 자신의 지극히 편협한 생각과 한정된 정보만을 가지고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 있을 뿐이다. 저자의 편향된 사고는 이책을 저급한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미국의 적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노무현대통령이 반미파를 이끌고 대항해 올것이다', '건국의 주체성이 없는 한국과 북한'등 이책에는 상식을 벗어난 황당한 글들로 가득하다. 정말이지 심심하면 한번씩 해대는 일본 보수정치인들의 망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함량미달의 저작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