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온 #조현미 #알란책방 #동화

오랜만에 좋은 동화책을 만났다.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에겐 양육자가 필수다. 보통 부모가 그 역할을 하지만 아닌 경우도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부모가 아닌 다른 양육자로 할머니도 있고, 친척들, 보모도 있다.
조현미 작가의 [다온]을 읽게 된 계기는 작가의 이전작 [슬리퍼]를 정말 감명 깊게 읽었는데 꽤 여운이 오래갔던 책이다.
좋은 일들이 찾아온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다온은 아빠가 지어줬다.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셨고 엄마는 연락이 되질 않는다.
다온이는 할머니랑 살고 있고 할머니가 전부다. 할머니와 쌍둥이 자매인 이모할머니도 있지만 이 세상에 다온이 믿고 의지할 사람은 할머니다. 그런 다온에게 단짝 친구가 필요해졌다.
5학년 때 전학 온 윤여해와 친해지고 싶었고 단짝이 될 것 같았는데 여해는 자꾸 다온이를 피하는 것만 같다.
다온은 여해의 일상을 알고 싶지만 여해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할머니랑 살고 있다는 설정에 언젠가 다가올 불행이 예상되었다.
할머니는 얼굴에 잔뜩 힘을 주며 눈을 꾹 감고 있었어. 눈가의 골 깊은 주름이 할머니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다고 말해 주었다. p38
할머니는 다온에게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 다온은 민지 무리에게 왕따를 당하게 된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편하지 않는 다온.
다온은 엄마가 궁금해 할머니와 이모할머니에게 물어보지만 타박만 돌아올 뿐이다. 할머니에게 소리를 치고마는 다온이.
그런 다온에게 전부인 할머니가 곧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할머니가 불쌍하고 대들었던 일이 미안했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뭔가가 말을 못 하게 목구멍을 꽉 틀어막고 있는 것 같았어. p69

이 동화에서 어린이들은 순수하지 않다. 아이들끼리 아무렇지 않게 임대아파트 얘기를 하는 게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았다.
여해는 이 아파트 꿈터에서 살고 있는 게 들통이 난 후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그런 여해와 다시 친해지게 된 다온.
이 아이들은 뭔가 부족해서 끌린 게 아니다. 서로의 다른 점, 그리고 다정함이 서로를 이끌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동화가 좋았다.

할머니도 떠나고, 이모할머니도 예전 집으로 떠나고, 홀로 남은 다온은 어떻게 될까?
여해와 같은 꿈터에서 살게 될까?
외로운 다온은 할머니의 말을 기억해 낸다.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마음만 고쳐먹으면 나쁜이 좋은 일로 바뀔 때도 있다. p122
아이에게 어른이 필요한 이유다.
좀 더 살았단 이유로 이것저것 간섭하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삶을 더 살아본 경험을 아이에게 스며들 수 있게 안내자 역할을 해주면 된다.
여해는 '엄마나 아빠가 없어도 스스로 잘 크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한다. 여해 곁에는 꿈터라는 공간과 함께 살고 있는 엄마라 불리는 보육자와 성이 다른 언니들이 있기 때문에 잘 클 수 있지 않을까?
-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속에 웃는 방 하나 남겨 놓으라고. p146
다온은 아파트가 아닌 해 뜨는 마을이라는 곳에서 새롭게 살아가야 한다.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에서. 전학도 해야 했고 친구들도 새로 사귀어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힘든 어른들에게도 이 동화는 감동을 줄 것이다.
씩씩한 다온이의 앞날을 응원한다.
할머니는 얼굴에 잔뜩 힘을 주며 눈을 꾹 감고 있었어. 눈가의 골 깊은 주름이 할머니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다고 말해 주었다.- P38
할머니가 불쌍하고 대들었던 일이 미안했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뭔가가 말을 못 하게 목구멍을 꽉 틀어막고 있는 것 같았어.- P69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마음만 고쳐먹으면 나쁜이 좋은 일로 바뀔 때도 있다.- P122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속에 웃는 방 하나 남겨 놓으라고.-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