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나의 야고보 길 여행,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하페 케르켈링
*박기영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 - 박기영
*순례자 - 파울로 코엘료
'길'이란 단어...
그 단어 하나만으로 심장이 콩닥거린다.
언제부터였는지, 왜 그런지는 알지 못한다.
그냥 '길'이란 단어 하나만으로 심장이 콩닥거리는 병이 생긴지 꽤 오래 되었다는 것만 알 뿐 !
카오산 로드, 산티아고 순례길, 제주도 올레,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지리산 둘레길...
구체적이진 않아도 그 길들 위를 내 두 발로 꾹꾹 밟아보리라
혼자서 막연히 다짐해 보곤 했더랬다.
그냥 막연했다.막연..막..연..정말 그랬다
그랬던 길이 우연치 않게 조금씩 구체적으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일찍 떠난 제주도에서의 휴가에서 잠깐 맛본 외돌개 올레길..
햇살은 와랑와랑 거리고, 바람은 와랑이는 햇살을 얄랑이며 가지고 놀던,
걷는다는 것을 너무나 행복하게 만들던 그 길에서 나는 알아버렸다.
'휴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거든 깊은 병이 들겠지
세상의 모든 길 위를 자박자박 걷고 싶은 병이 들겠지'
그 날 그 길 위에서의 바람과 햇살을 만난 이후로 나는 지금 투병 중이다.
세상 어느 길 위에서 떠돌고 있을 나 자신을 찾아 떠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해 마음에 깊은 병이 들어 버렸다.
처방은 단 하나,
운동화 끈 질끈 동여매고 나를 부르는 세상의 그 길들을 자박자박 걸어주는 것..
그러나 내가 책임져야 할 일상의 여러 것들은
길로 나서야 한다고 적힌 처방전을 책상 속 깊숙히 넣어 두게 만든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지난 7월 내내
길에서 나를 찾은 이들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내 병을 다스려야 했다.
'책들을 읽으며'라고?
아니다. 나는 그 책들을 읽은 것이 아니라
그 책들 속 길들 하나 하나 밟아 나간 듯 하다
책장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는 실을 지은이들이 걸었던 그 길 위에 서서
언젠가 내가 만날 나를
혹은 나를 닮은 이들을 만난듯 하다.
책 속을 걷다.
그랬다.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나는 7월 내내 책 속을 걸었다.
책 속에도 아름다운 길이 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책 속 길을 헤집고 다니며
내 마음의 병은 더 깊어졌으니..
또다시 꿈 꾼다
언젠가는, 그게 다음 달이 될지, 내년이 될지, 10년 후가 될지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언젠가는,
아끼는 원피스 드레스와 삐딱구두, 슈트 케이스 대신
등산복과 등산화, 10Kg짜리 배낭 메고
카오산 로드,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달이고 두달이고 걷기 위해 떠나리라..
나는 안다.
나에 대해 좀 안다는 이들 또한 안다
나라는 이는 정말 언젠가는 그렇게 그 길들 위에 서 있으리라는 걸...
<경고 :
평소 역마살이 좀 있다 싶으신 분들은 함부로 이 책들의 책장을 펼쳐 보지 마시길..
혹은 연달아 읽지 마시길..
길로 나서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나를 붙잡고 있는 일상들로 인해
잘못하면 마음의 병이 깊어질 수 있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