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여 있는 무언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러 남겨둔 공간', ‘모든 것이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 넘치는 공간’, ‘정말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일부러 남겨둔 시간이나 힘’.
여백이란 단순히 '무언가를 쓰고 남은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극히 창조적인 공간이라는 사실을, <여백 사고>를 통해 여러 번 되새겼다.
내게 주어진 공간 모두를 남김없이 채워넣는 일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 때에도 그것이 늘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느꼈다. 수중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때로는 그 이상까지 꺼내버린 끝에 '기가 빨린' 상태로 맞이했던,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선연한 감각.
그럴 때마다 내 안의 100%를 쓰면 안 된다고, 늘 80%만 써야 한다고 말했던 김영하 작가의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신기하게도, 바닥까지 비워버려 더 이상 차오를 것 같지 않던 마음도 머리도 상황도, 얼마간의 여백 틈새로 스며들어 어느새 차오르는 경험을 한다.
야마구치 슈도 그렇고 이 책의 작가인 야마자키 세이타로도 그렇고, 일본 작가들이 이런 면의 통찰에 유난히 능하다고 생각한다. 일본만의 감각적인 비즈니스와 브랜드의 원천에는 이런 일관된 철학이 자리하는 것 같아, 본 받고 싶을 때가 많다.
어떤 뛰어난 깨우침을 기대하고 읽기 보다는, 세파에 부딪쳐 숨어든 나만의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혹은 의식적인 여백을 실천하기 위해 가볍게, 천천히 곁에 두고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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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백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다음 단계의 성장을 촉진하는 원점이 된다.
· 여백의 의미는 사물의 연결 방식 그 자체다.
· 좋은 여백이 좋은 전달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을 낳는다.
· 사물의 가치는 여백을 만드는 방법으로 결정된다.
사회에는 경험해보면 좋은 일들이 많지만, 하늘이 두 쪽 나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실제로 거의 없습니다. 반면 ‘해보고 싶은’ 일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포기했거나 억지로 지워버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차피 불가능하다며 해보고 싶은 마음을 어딘가에 가둬버린 경우입니다.
최초의 영감을 부정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자신의 영감을 부정하기 때문에, 그 연장선에서 판단하는 일에도 정밀도가 점점 더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판단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자료를 읽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시간을 들이지만, 정작 판단할 순간이 오면 단숨에 결정합니다.
‘내가 아닌 존재’라는 요소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연성의 힘을 빌린다는 것,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힘을 믿는다는 것,그런 점들을 받아들이면서 나의 상상력과 세계가 넓어집니다. 문이나 창을 만들어 외부의 풍경을 받아들이는 차경借景의 아름다움과 풍부함을 진심으로 납득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애초에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며,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결론을 찾아보자‘라는 정도의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면서 절망감이 짙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애매함은 대개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디어나 생각, 의견을 출력하는 입장에서는 ‘애매해도 괜찮다’라는 상황이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자유롭게 발상을 떠올려 어중간해도 좋으니 일단 밖으로 내보냅시다. 이렇게 하면 새로운 자극과 시사점을 얻을 수 있어 한층 사고가 깊어집니다.
저는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때는 갑자기 안개가 걷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언제 그 순간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괴로워도 그곳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버팀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한때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주위의 의견이나 환경 따위는 아무 상관 없었습니다. 꿈은 절대축의 정점입니다. 거기에는 귀천도 없고, 크고 작음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나 허가도 물론 필요 없습니다. 하고 싶었지만 포기한 것, 마음 깊은 곳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것들을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